(출처=뉴시스/NEWSIS) /사진=뉴시스
영화 '더 문'의 한 장면 (CJ ENM 제공) 2023.08.01 /뉴스1 /사진=뉴스1
영화 '밀수' / NEW 제공
영화 '밀수' / NEW 제공
‘천만 감독’ 류승완과 김용화가 올여름 바다와 우주를 무대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류 감독은 개봉 첫주 172만명을 모은 ‘밀수’에서 한국영화에서 좀체 보지 못한 수중 액션을 통해 색다른 스펙터클을 연출한다.
한편 김 감독은 2일 개봉하는 우주 소재 영화 ‘더 문’에서 극사실적인 우주와 달의 모습을 구현해 시각적 놀라움을 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승리호’나 ‘정이’가 공상과학에 가까운 상상을 펼친다면 ‘더 문’은 누리호 발사에 성공한 한국 우주항공기술을 바탕으로 가까운 미래에 실제로 일어날 법한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는 점에서 묘한 감흥과 자긍심을 안긴다.
영화 '밀수'를 연출한 류승완 감독 / 사진=뉴시스
'밀수' 류승완 "바다 장면 다 도전, 물길 몰라 일본 갈 뻔"
해양범죄활극 ‘밀수’는 바닷가에 화학공장이 들어서면서 일자리를 잃게 된 해녀들이 밀수에 가담하는 이야기다. ‘엑시트’ ‘모가디슈’의 조성민 제작총괄이 1970년대 성행한 해양 밀수에 관한 자료에서 모티브를 얻어 시나리오를 개발했다. 류 감독은 “각본을 보고 기존에 보지 못한 새로운 장면이 상상돼 직접 연출에 나섰다”며 “물속 액션신이야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많았지만 우리 영화처럼 맨몸의 해녀가 생존 액션을 펼친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기존 액션영화에서 여성이 아무리 액션을 잘해도 마초를 이기는 게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물속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물속은 중력의 지배는 덜 받지만 물의 저항은 받으니까 빨리 움직일 수 없다. 물에 숙련된 사람이 더 유리할 것 같았다”고 부연했다.
영화 속 바다 장면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처음에는 뭣도 모르고 바다에 철조망을 쳐놓고 수중 장면을 찍으려 했는데 해류 때문에 안 되더라. 시야 확보도 안 됐다.” 이에 실내와 실외에 수조 세트를 지어서 실물 사이즈 배를 띄워 찍었는데,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대부분 대형 짐볼 위에 배를 올려두고 바다의 출렁임을 표현하는데, 우리는 포크레인으로 파도를 만들었다. 스태프들이 배 좌우에서 흔들기도 했다.” 물속 장면은 그야말로 극도의 인내심이 요구됐다. “카메라를 어디 세워 둘 수가 없잖냐. 배우들이 물에 들어오면 애써 맞춰놨던 카메라 앵글이 흔들렸다. 다시 맞춘 뒤 슛 가려면 촬영감독 숨이 차서 잠깐 물 밖에 나와야 하는 식이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바다 위 풍경은 남해안에 있는 해상국립공원에서 찍었는데, 물길을 모르니까 매번 섬을 찾느라 헤맸다. 류 감독은 “조금만 더 가면 일본에 닿을 뻔한 날도 있었다”며 웃었다.
“몇몇 짜릿한 순간도 있었다. 마치 스카이다이빙하는 듯한 해녀 춘자(김혜수)의 움직임을 360도로 찍은 순간이 그랬고, 춘자와 진숙(염정아)이 크로스하는 장면도 물속이라서 가능했다. 무엇보다 수영도 못했고 수중 촬영에 공황도 있던 배우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싱크로나이즈 선수들처럼 움직일 때 가장 감격스러웠다.”
'더 문'를 연출한 김용화 감독(왼쪽)과 주연배우 도경수 / 사진=뉴스1
'더 문' 김용화 "철처한 검증, 위로 주는 영화 만들고파"
김용화 감독은 한국의 시각특수효과(VFX) 기술과 함께 성장했다. 한국영화 최초로 CG캐릭터를 선보인 ‘미스터 고’를 만들기 위해 아예 VFX 전문업체 덱스터 스튜디오를 설립했고, 저승세계를 구현한 ‘신과 함께’시리즈로 쌍천만 관객을 모았다.
‘더 문’에서는 관객을 달 탐사선에 탄 우주대원과 함께 우주로 날려보낸다. ‘더 문’은 사고로 홀로 달에 고립된 우주대원 선우(도경수)와 필사적으로 그를 구하려는 재국(설경구)을 필두로 한 우주센터 사람들의 고군분투를 다룬다.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는 한국의 모습을 다큐멘터리처럼 처리해 리얼리티를 끌어올린 뒤 선우의 숨소리를 따라 달에 발을 내딛고, 회색의 유성우 폭격을 스크린에 내린다.
김 감독은 “‘신과 함께-인과 연’(2018)을 작업하던 무렵, 친구인 김종현 감독에게 '네가 해보면 어떻겠느냐'며 시나리오를 한 권 건네받았다”며 “한국에서도 SF영화가 나올 때가 됐다고 생각했고, 우리나라 VFX 기술이면 우주로 나가도 되겠다고 판단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한국천문연구원·NASA를 통해 세밀한 과학적 검증을 거쳤다. 그는 "유성우가 어떻게 내리는지, 달 뒷면이 우리가 상상한게 맞는지 등 궁금한 것을 질문했고, 99%가 가능하다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영화 '더 문' / CJ ENM 제공
영화 '더 문' / CJ ENM 제공
‘더 문’은 제작비 280억원 중 61억원을 VFX 비용으로 사용했다. '그래비티'(2013)처럼 제작비 1000억원을 훌쩍 넘기는 할리우드 영화 대비 저비용 고효율로 최상의 효과를 내기 위해 샷 수를 줄이고, 대신에 샷의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생생함을 살리기 위해 4K 고해상도 카메라로 찍었다. 실제 NASA에서 쓰는 부품을 사용해 세트의 정교함을 높였는데, 달착륙선에 약 20억원, 월면차 제작엔 약 2억가량을 투입했다.
"문과 출신인데 왜 과학기술부 장관을 시켰냐"며 툴툴대는 장관 등 감초 배우들이 중간중간 유머를 시도하나 달에 고립된 우주인을 구출해야 한다는 극적인 상황의 특성상 영화는 대체로 심각하고 진지하다.
드라마는 김 감독 영화 특유의 한국적 정서가 강조된다. 선우, 재국, 문영(김희애) 세 인물도 사적으로 얽혀있다. 재국으로선 선우의 아버지와 얽힌 아픈 상처 때문에 그의 아들을 꼭 구해야 한다는 간절함이 있고, 선우는 아버지의 못다 이룬 꿈을 이루고 싶다는 간절함이 있다는 점에서 둘의 관계는 갈등과 상처 회복의 드라마로 작동하고, NASA에서 일하는 문영이 결정적 순간에 내린 선택은 인류애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감동을 더한다.
“‘더 문’을 찍기로 하면서 10년 전 쯤 EBS에서 본 한 천문학 박사의 특강이 생각났다. 갈등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질문에 우주의 시선에서 지구와 인간을 보면 모든 게 다 사소해 보인다고 했던 게 인상적이었다. 좀 더 시야를 넓혀 우리의 관계를 살펴보면 더 가치 있게 살 수 있지 않을까. 결국은 사람 이야기, 상처를 회복하는 이야기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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