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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 스위치 켜 심근경색 치료한다

KIST-가톨릭대, 나노소포체로 치료제 개발
줄기세포 아닌 일반세포 활용해 대량생산 가능

면역 스위치 켜 심근경색 치료한다
대식세포. 게티이미지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생체재료연구센터 정윤기·이주로 박사팀과 가톨릭대 의과대학 박훈준·박봉우 박사팀이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방식의 심근경색 치료법을 개발했다. 이 치료법은 세포 안에서 특정물질을 운반하고 전달하는 세포의 작은 기관인 '소포체'를 이용한 것이다.

이 소포체를 심근경색이 있는 쥐에 주사해 실험한 결과 심장이 활발하게 작동해 심장이 뿜어내는 혈액의 양이 1.5배 증가했다.

정윤기 박사는 6일 "세포자살이 유도된 세포로부터 생산한 나노소포체를 이용해 심근경색 질환 치료에 적용한 최초 연구"라며, "줄기세포가 아닌 일반 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대량생산이 가능한 장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돌연사 1위 심근경색
국내 돌연사 1위인 심근경색은 심장근육에 충분한 혈액 공급이 안돼 심장 기능이 떨어지는 허혈성 심장질환이다. 이는 심장에 혈액을 공급해 주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기 때문이다.

국내 심근경색 환자 수는 2017년 9만9647명에서 2021년 12만6342명으로 5년 새 26.8% 늘어나는 등 증가 추세가 매우 가파르다. 시장조사기관인 테크나비오에 따르면 전세계 심근경색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6년까지 연평균 4.7%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20억2000만 달러(약 2조6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치료법은 지금까지 약물요법이나 경피적 동맥성형술과 동맥우회술 등이 있지만 이에 반응하지 않는 중증에는 적용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엑소좀 등의 줄기세포 유래 나노소포체를 이용해 염증반응을 조절하는 심근경색 치료제 연구가 수행되고 있으나, 줄기세포는 대량생산이 어려워 치료제의 경제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대식세포 작동하게 만든 나노소포체
섬유아세포는 세포 안에서 만들어져 세포와 조직 사이의 공간을 채워 세포를 보호하고 지지해주는 물질이다. 연구진은 그 역할을 다하고 죽어 없어질 섬유아세포에서 나노소포체를 뽑아냈다.

연구진은 심근경색 부위에 있는 대식세포만 찾아가 작동하도록 나노소포체의 표면을 개량했다. 대식세포는 세균이나 외부 세포, 죽은 세포를 삼켜 정상 세포를 보호하고 청소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진이 개발한 나노소포체는 허혈성 심근경색 질환 부위에 특이적인 펩타이드와 대식세포 섭식에 특이적인 물질을 섬유아세포 표면에 달라붙는다.

쥐에게 정맥주사된 나노소포체는 심근경색 부위로 효과적으로 전달돼 대식세포에만 특이적으로 다량 유입됐다. 실험 결과, 실험쥐 좌심실의 수축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좌심실 박출률)'이 4주 동안 대조군에 비해서 1.5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심박출량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또한, 심근경색 부위에서 염증 완화 효과와 함께 심근경색 부위의 섬유화를 감소시켰다.
뿐만아니라 심장 내 혈관 보존율과 심근세포의 생존율이 높아지는 등 심장 기능이 향상됐다.

정윤기 박사는 "향후 가톨릭대 의과대학, 바이오기업과 공동연구를 통해 임상시험 등 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 검증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를 재료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스'(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발표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