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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카르텔인가" … 출연연구기관 예산 28% 삭감

과기정통부, 연구기관에 9일 이메일로 통보

"우리가 카르텔인가" … 출연연구기관 예산 28% 삭감
[파이낸셜뉴스] '출연연구기관이 윤석열 대통령이 말하는 연구개발(R&D) 카르텔인가.'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관계자는 10일 내년 예산안 20% 이상 삭감 통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날 과학계에 따르면 지난 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산하 출연연구기관에게 내년도 주요 사업비 삭감을 이메일로 통보했다.

과기정통부는 당초 6월 30일 2024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을 확정하고 기획재정부에 넘기려 했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28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나눠먹기·갈라먹기식 R&D'는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에 과기정통부의 예산 조정안 계획이 꼬였다.

이후 과기정통부를 비롯한 산하기관들의 예산까지 재조정해야 했다.

지난달 출연연구기관은 내년 예산의 20%를 줄이는 안을 과기정통부에 제출했지만, 제출한 안보다 삭감 규모가 더 커져 통보를 받았다.

한국화학연구원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28% 삭감됐다. 또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도 23% 줄었다. 이외 대부분의 연구원들도 20%대 삭감을 통보받았다.

출연연구기관 관계자는 "이번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행사가 문제가 터지자 급하게 스카우드 대원들이 볼거리를 내놓으라고 했다가 몇시간도 안돼 취소했다"며 "매번 무슨 일이 생기면 이것저것 다 시키면서 이제는 우리가 카르텔이 됐다"고 푸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진짜 우리가 카르텔이 맞냐"며 "대통령이 지적한 카르텔이 누구인지 찾아내고 그들에게 페널티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외에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4대 과학기술원도 10% 이내로 삭감하는 안을 통보받았으며,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과학기술 학회 학술지 발행예산 76억원을 전액 삭감됐다.

이번 예산안은 바로 최종 결정되지는 않는다.
과기정통부는 국가 R&D 예산과 함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를 받아 기획재정부에 넘긴다.

다시 기재부는 이 예산안을 국회에 넘기면 국회의 상임위에서 심의해 추가하거나 삭감하는 과정을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결정된다.

한편, 과학기술혁신본부 측은 이날 오후 "현재 주요 R&D 예산 배분·조정 과정에 있으며, 출연연구기관의 출연금 규모는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