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모욕죄로 고소한 게임 유튜버 A씨. 출처=A씨 유튜브 캡처
[파이낸셜뉴스]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으로 구속기소 된 조선(33)을 앞서 모욕죄로 고소한 게임 유튜버 A씨가 검찰의 실수로 조씨와 직접 마주쳐 후유증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A씨는 지난 11일 유튜브에 ‘신림동 칼부림 사건 가해자가 제 악플러였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고 활동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A씨는 최근 검찰청에서 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며 “서울지검에서 디시인사이드 모욕죄 고소 건에 대한 고소인 조사를 한 번 더 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해 디시인사이드 악성 댓글 작성자들을 모욕죄로 고소하고 조사를 마친 상태였다.
추가 조사 이유를 물었던 그에게 검사는 ‘칼부림 가해자(조선)가 악플러 가운데 한 명이다’라고 알렸다. 충격을 받은 A씨는 곧바로 검찰로 향했다. 그런데 그가 검사실에서 처음 마주친 사람은 검사가 아닌 조선이었다.
A씨는 “고소인 조사를 받으러 검사실에 도착했더니 수갑을 차고 죄수복을 입은 신림동 칼부림 사건 가해자가 있었다”며 “불과 1m도 안 되는 거리에서 응시하는데, 눈빛이 너무 무서웠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가해자 앞에 있던 수사관이 ‘뭔가 착오가 있었나’라고 혼잣말하며 원래 조사를 받아야 했던 곳으로 데려다줬다”고 했다.
A씨는 조선과 마주친 뒤 심각한 불안과 공포에 시달렸다고 고백했다. 그는 “불특정 다수에게 악마와 같은 행동을 한 사람이 내 반경 범위 내에 있고, 심지어 내게 악감정을 가진 사람이라서 ‘나중에 해코지라도 당하는 게 아닐까’ ‘지금 당장 뛰쳐나오지는 않을까’ 등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검찰 측의 실수로 가해자(조선)와 면을 트게 된 점이 제 마음속 트리거(계기)가 돼 불면증에 시달린다. 계속 가해자 얼굴만 떠오른다. 더 이상 유튜브 활동을 이전처럼 하기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댓글을 통해 알렸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일면식도 없는 행인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4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선(33·구속)의 재판이 이달 말 시작된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관악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는 조선(33). 뉴시스
조선은 지난달 21일 오후 신림역 4번 출구에서 80여m 떨어진 상가 골목 초입에서 스물두 살 남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골목 안쪽에서 30대 남성 세 명에게 잇따라 흉기를 휘둘러 구속됐다.
또 지난해 12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특정 게임 유튜버를 지칭하며 ‘게이 같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해 모욕죄로도 기소됐다.
검찰은 조선이 평소 게임과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에 몰두하다 경찰로부터 모욕 혐의로 출석 요구를 받자 앙심을 품고 젊은 남성에 대한 공개 살인에 나선 것으로 봤다.
범행 나흘 전 모욕 혐의로 경찰 출석 요구를 받자 열등감과 좌절감이 적개심과 분노로 변해 젊은 남성에 대한 공개 살인을 계획·실행하게 됐다는 사실도 조사를 통해 밝혀냈다. 조선은 “(피해자를 봤을 때) 자신을 고소한 남성이 떠올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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