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선주기자
[파이낸셜뉴스] 미국에서 헤어진 연인에게 보복하기 위해 전 연인의 은밀한 사진 등을 온라인상에 유포한 남성이 12억달러(약 1조6000억원)의 배상금을 물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텍사스주 휴스턴 지역 배심원단은 헤어진 전 여자친구에 보복하기 위해 음란물(리벤지 포르노)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마키스 자말 잭슨에 대해 12억달러(약 1조6000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평결했다.
법원 서류에 따르면 텍사스의 'D.L'이라는 이니셜을 쓰는 한 여성이 전 남자친구인 잭슨을 상대로 성적인 학대에 대한 위자료와 징벌적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헤어진 여자친구 은밀한 사진, 포르노 사이트에 유포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6년부터 만나기 시작해 한때 동거하기도 했으나 2020년 초부터 관계가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여성은 텍사스에 있는 어머니 집으로 이사했는데 잭슨은 인터넷 보안 시스템에 접속해 여성을 감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들은 2021년 10월 공식적으로 관계를 끝냈다. 여성은 잭슨에게 과거에 공유했던 자신의 은밀하고 사적인 이미지 파일에 더는 접근하지 말라고 했으나 잭슨은 이를 무시한 채 포르노 웹사이트와 여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 파일 공유 서비스의 공개 폴더 등에 여성의 사적인 이미지가 담긴 파일들을 올렸다. 잭슨은 여성의 가족과 친구, 동료들에게 해당 폴더로 연결되는 링크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으며 여성의 이미지를 게시한 SNS 페이지에는 여성의 고용주 계정과 여성이 다니는 헬스장의 계정을 태그 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 잭슨은 여성에게 "너는 남은 인생을 인터넷에 있는 네 이미지를 지우려고 노력하는 데 쓰겠지만 실패할 것"이라며 "네가 만나는 모든 사람이 그 이야기를 듣고 찾아보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잭슨은 또 여성의 은행 계좌를 도용해 자신의 집세와 기타 요금 청구서를 지불했으며, 가상의 전화번호로 여성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괴롭히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적 고통' 위자료 2억달러에 손배 10억달러 지불 명령
이 사건을 심리한 법원 배심원단은 잭슨에게 피해 여성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 2억달러(약 2678억원), 징벌적 손해배상금으로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지불하라고 명령했다.
현지 언론들은 잭슨은 이날 법원에 출석하지 않았으며, 변호사가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여성(D.L.) 측 변호사는 "보험이나 다른 신뢰할 수 있는 피해 복구 강제 수단이 없기 때문에 로펌들이 이런 유형의 '개인 대 개인' 소송을 거의 맡지 않는다"면서 "맞서 싸운 D.L.의 용기를 영원히 존경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배상액인 12억달러(약 1조6000억원) 전액이 지급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지만 향후 비슷한 다른 범죄를 막는 효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매사추세츠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를 제외한 미국 내 대부분의 주에서는 보복성 음란물 이미지(리벤지 포르노) 게시를 금지하는 법을 두고 있다. 매사추세츠주는 현재 관련 입법 절차를 밟고 있다고 CBS는 전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