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먼 돈' 줄였지만...SOC 증가세 여전
얼음정수기 66억원...정신질환 대응에도 539억 편성
새만금, 양평고속도로는 모두 잔류
'타이트'한 만큼 충돌도 거세질 전망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막을 하루 앞둔 31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경관 쉼터에서 바라본 야영지 모습. 2023.7.31/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 2년 연속 건전재정 기조를 이어가면서 목적이 불분명했던 예산들이 대거 삭감됐다. 특히 각 부처의 자율성을 이유로 임의 활용이 묵인됐던 '눈 먼 돈'의 전면 재검토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사회간접자본(SOC) 부문은 증가세로 돌아섰다. 최근 논란이 불거진 새만금 사업과 양평 고속도로 모두 예산안 내 설계비가 그대로 남아있다.
29일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검찰과 감사원의 특별활동비는 연구개발(R&D) 예산과 마찬가지로 전면 재검토 대상에 올랐다. 권재관 기획재정부 예산기준과장은 "구체적인 규모는 공개하기 어렵지만 일부 감액이 있었다"며 "주요 국가 안보, 수사, 국정사업 중 비밀유지 필요 사업 중심으로 적정 수요 수준에서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방만경영과 '퍼주기' 식 지원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던 사회단체에 대한 지원금도 반 가까이 줄었다. 황순관 기재부 경제예산심의관은 "행정안전부에서 민간단체 부정수급 적발이 많았던 터라 관행적인 지원 등을 조정해서 약 50%의 감액을 요청해왔다"며 "그대로 수용해 (삭감을)반영했다"고 밝혔다.
국고보조금은 지난 문 정부 기간 매년 4000억원 수준의 증가를 지속해 올해 약 5조4500억원이 편성됐다. 반면 올해 6월말까지 3년간 권익위원회에 접수된 정부지원금 관련 부정수급 신고 건수는 5065건에 이른다. 환수된 금액만 333억원 수준이다.
이 밖에도 내국세와 연동된 지방교부금을 비롯해 각 부처의 예비비 등 전반적인 '눈 먼 돈'의 규모가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전체 지출 증가율이 2.8%에 그치며 목적이 불분명한 '가용 예산'의 편성 범위도 줄어서다.
구조조정 예산의 향방도 신규 도입 사업과 정책으로 세밀하게 흩어졌다. 우선 군 장병 복지를 위한 얼음 정수기 보급에 약 66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폭염 등 기후변화에 대응해 군 장병 복지를 보완하겠다는 방침이다. 전 부대를 대상으로 1만5000대의 얼음 정수기를 구매할 예정이다.
정신질환자 증가세와 더불어 정신질환자의 범죄비율도 상승하며 관련 예산도 대폭 늘렸다. 중·고위험군으로 분류된 8만명에는 539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회당 8만원 수준의 진료비를 연 8회까지 지원한다. 경찰과 전문인력이 출동하는 응급대기소도 17개소를 신설한다. 의료시설로 이동할 때까지 각 광역단위별 응급대기소에서 환자와 시민을 안전하게 격리하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타이트'한 재정 배분이 이어지는 가운데 SOC 예산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설계비 123억원은 여전히 예산안 내 포함돼있다. 기재부는 "예비타당성 조사 완료 시 추진을 대비했다"고 설명했다.
새만금 국제공항도 마찬가지로 턴키 입찰공고가 아직 진행 중이다. 세계잼버리대회 파행 이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백지화'까지 거론됐지만 아직 내년까지 설계 완료를 목표로 둔 상태다.
잔여 설계비 66억원도 예산안에 남았다.
기재부가 제출한 예산안은 국회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2년 연속 20조원이 넘는 구조조정이 단행됐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예산 향방을 놓고 정치권 충돌이 예상된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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