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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사업자 사전 규제, 혁신 저해할 수 있어"

온라인 플랫폼 규제 동향 국제세미나(Ⅱ) 개최


"플랫폼 사업자 사전 규제, 혁신 저해할 수 있어"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사진 왼쪽에서 다섯 번째)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온라인플랫폼 규제 동향 국제세미나(Ⅱ)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임수빈 기자

[파이낸셜뉴스] 국내에서 플랫폼 사업자를 향한 규제 움직임과 관련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학계 의견이 나왔다. 특히 유럽연합(EU)의 '디지털 시장법(Digital Markets Act, DMA)'과 같은 사전 규제는 되레 국내 디지털 플랫폼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티볼트 슈레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 교수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온라인 플랫폼 규제 동향 국제세미나(Ⅱ)'에서 "사전규제가 과연 혁신을 증진하는 데 적절한 조치인지는 논의해봐야 한다"며 이 같이 설명했다.

슈레펠 교수는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사전규제 조치인 유럽 DMA를 면밀히 분석했다. 올해 5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DMA는 경쟁당국의 경쟁제한성 입증 과정 없이 게이트키퍼로 지정된 대형 플랫폼사업자의 일정한 행위를 사전에 금지하고 이행 의무도 부과한다. 이는 경쟁당국이 사후에 행위 효과를 분석해 경쟁제한성을 입증해야 하는 기존 경쟁법의 패러다임과 달리 강력한 규제가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슈레펠 교수는 "사전규제 대신 사후 법 집행을 강화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며 "사전규제를 해야 한다면 정기적으로 평가를 수행해 해당 규칙이 효과적인지, 유지하는 것이 맞는지 분석해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선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자율규제가 추진되고 있지만 동시에 EU식의 사전규제 논의 또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럽엔 대형 토종 플랫폼이 없어 미국의 빅테크 플랫폼을 견제할 목적에서 사전규제법을 만들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패널 토론에서 신영선 법무법인 율촌 고문은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구글이 1위를 하지 못한 한국 검색시장에서 네이버(55%)와 구글(35%)의 시장점유율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며 "게임체인저가 될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플랫폼 시장이 격변기에 놓였고, 국가간 패권 경쟁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플랫폼 독과점 사전규제 입법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규성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은 이미 촘촘한 규제 법제를 갖췄고 공정거래위원회는 구글, 애플,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다수의 국내외 유력 플랫폼 사업자들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경쟁법을 시행해 왔다"며 "경직된 사전규제 도입 보다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술 및 데이터 관련 인력과 자원을 대폭 확충해 신속한 법집행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내 상황과 맞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DMA가 가지고 있는 사전규제적인 접근 방식이 무조건 그르다고 볼 순 없다"면서도 "DMA가 왜 입법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필요성과 배경에 대해 이해하고 DMA의 구체적인 규정별 타당성 여부를 따져서 국내 사정과 잘 맞는지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영수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전규제를 위한 적용대상 플랫폼 사업자 지정을 도입 여부를 고려할 때 기업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그 기준을 투명성과 객관성, 합리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