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중고차 시장 진입 '눈독'
"전통 제조업이 금융업 직접 진출하면
리스크↑, 부당지원 등 문제 생길 수 있어
금산분리, 규모 역전 등도 생각해 봐야"
[한국금융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파이낸셜뉴스] "빅블러의 흐름 속에서 금융시장의 안정성과 건전성을 모호해지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22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금융연구원이 진행한 '전통 산업자본의 금융관련업 진출 관련 이슈 점검' 세미나에서 이영경 한국금융연구원 전문위원은 "전례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만큼 기대효과 및 리스크에 대한 식별과 예측이 어려운 상황"리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세미나는 현대차·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입을 앞두고 현안을 점검하고자 진행됐다. 현기차는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인 '인증중고차 플랫폼' 개발을 각각 진행하고 있다. 이어 지난 3월 금융상품 판매대리 중개업을 정관상 사업목적에 추가하고 지난 9월에는 금감원에 등록을 신청하기도 했다.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지만 이번 사안은 기존처럼 빅테크·핀테크 등 IT기업이 아니라 전통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입이라는 특징이 있다. 현기차는 고객 편의 제고와 책임 강화 등을 이번 판매대리·중개업 등록의 주요 논거로 들었다.
이에 대해 이 연구원은 파생 가능한 쟁점으로 크게 3가지를 꼽았다.
먼저 제조업의 금융업 진출을 빅테크·핀테크 기업의 그것과 다르게 봐야 하는가 하는 문제다. 앞서 빅테크·핀테크의 금융업 진출에는 '동일업무 동일규제' 등 규제 측면에서 허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금융소비자 보호가 미흡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지적됐다. 이 전문위원은 "전통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입 시 빅테크·핀테크보다 더 크게 작용할 리스크 요인이 있는지, 혹은 다른 유형의 리스크가 발현할 수 있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두번째로 인허가나 제휴를 통해서가 아니라 산업자본이 동일 법인 안에서 직접 금융업을 영위한다는 '금융업 영위 방식'에 따른 이슈가 생긴다. 이 전문위원은 "하나의 동일 회사 내에 제조업 부문과 금융업 부문이 혼재되면 각각의 사업 유형이 분리되지 못하게 된다"며 "리스크가 생겨 회사가 부실화되면 전체 회사가 부실화되기 때문에 비금융 리스크가 금융 리스크로 바로 전이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와 함께 이 전문위원은 "부당한 방식으로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간 어떤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일이 발생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며 "또 회사 자체적으로 봤을 때 기존에는 상법만 따르면 되는데 이제는 금융감독의 직접 대상이 되는 위험 부담도 생기게 된다"고도 지적했다.
마지막 쟁점으로 이 전문위원은 금융사와 중개업자의 규모 역전 문제를 들었다.
중개업자가 금융회사보다 규모가 큰 상황에서 대리인이 본업을 지배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에서 금융회사는 판매대리·중개업자에 관한 관리감독도 실효성 있게 하지 못하게 될 소지가 있다.
끝으로 이 전문위원은 "리스크 요인에만 집중할 경우 금융시장 혁신 및 미래 신성장동력의 확보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점도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라며 "다만 빅블러 시대에 금융시장의 안정성과 공정성은 모호해지면 안 된다는 대원칙을 가지고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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