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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갈등' 마침표 찍은 로톡…'리걸테크' 도약 계기되나

'8년 갈등' 마침표 찍은 로톡…'리걸테크' 도약 계기되나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 뉴스1

[파이낸셜뉴스] 법무부가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 가입 변호사에 대한 대한변호사협회(변협)의 징계 처분 취소 결정을 내리면서 리걸테크(법률 정보기술(IT) 서비스)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전세계 리걸테크 기업 7200여개

11일 스타트업계에 따르면 최근 법무부는 변호사징계위원회를 열고 로톡을 이용하다 변협으로부터 징계받은 변호사 123명이 낸 이의신청을 받아들였다. 120명에 대해선 혐의없음, 3명에 대해서는 '불문경고' 결정을 내렸다. 불문경고는 변호사법상 징계 처분이 아닌 만큼 사실상 로톡 이용 변호사 123명 모두에 대한 징계 처분이 취소된 셈이다.

앞서 변협은 지난 2021년 5월 법률 서비스 플랫폼 이용을 규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변협 광고 규정을 개정한 후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약 5개월간 로톡을 이용한 변호사 123명에게 징계를 내렸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돈을 받고 변호사를 알선해주는 '법률 브로커' 행위를 금지하는데, 로톡 서비스가 법률 브로커 행위에 해당한다는 게 변호사 단체의 주장이다.

이에 해당 변호사들은 변협 징계가 부당하다며 지난해 12월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냈다. 징계위는 3개월 안에 결론을 도출해야 했지만, 사안의 중대성 등을 이유로 기간을 3월에서 6월로, 6월에서 7월로 두 차례 미뤘다. 하지만 지난 7월에도 징계 여부 결론이 연기되면서 이의신청을 낸 지 10개월 만에 결론이 나게 됐다.

'8년 갈등' 마침표 찍은 로톡…'리걸테크' 도약 계기되나
지난 4일 강남 로앤컴퍼니 사옥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왼쪽)가 법무부 징계위 결정 의미 및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로앤컴퍼니 제공

로톡과 변협의 8년간 긴 싸움에 사실상 마침표가 찍히며 벤처업계에서는 리걸테크 도약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해외에서 리걸테크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국내 리걸테크는 기득권과의 갈등으로 성장 정체에 빠진 상황이다. 실제 현재 전 세계에 약 7200여개의 리걸테크 기업이 있고 이 중 10여개의 기업이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해외 리걸테크 투자 규모 역시 15조원 수준에 달한다.

국내는 30개 불과 투자도 미미

반면 국내 리걸테크 기업은 30개 수준에 머물러 있다. 투자 규모 역시 해외와 비교했을 때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번 법무부 결정으로 리걸테크에도 새로운 길이 열려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스타트업 연합회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법무부의 결정으로 법률서비스의 혁신을 시도하고 있는 우리 리걸테크 스타트업 앞에 마침내 글로벌 리걸테크 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낙후됐던 법률시장은 이제 IT 첨단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시대로 도약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벤처기업협회도 "로톡과 같은 리걸테크 혁신 기업들은 이제 변협의 부당한 제재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 나아가 본격적으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대한민국 리걸테크 산업이 새로운 시대로 진입했다는 의미와 공정하고 자유로운 시장경쟁을 통해 혁신기업 발전과 소비자 편익을 촉진하는 명제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는 최대한 빠르게 법무부의 권고 사항을 수용해 법률 플랫폼의 모범이 되고, 국내 최초의 '리걸테크 유니콘'이 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는 "법률플랫폼 이용을 이유로 변호사를 징계하는 일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며 "사용자 가치라는 본질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 서비스 고도화, AI 기술에 기반한 신규 서비스 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전사적 역량을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모든 족쇄를 벗은 만큼 3~4년 안에 대한민국 최초의 '리걸테크 유니콘'으로 도약하겠다"고 덧붙였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