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업 10곳 중 4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 못 내
2009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 5년새 10%p 올라
매출액증가율·영업이익률도 악화돼 '상환능력 저하' 우려
1200조원대 기업대출 부실 경고음
'워크아웃 지원' 기촉법도 실효돼 악재 겹쳐
지난 9월 8일 오전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2023.09.08. 사진=뉴시스
자료=한국은행
[파이낸셜뉴스]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이른바 '좀비기업' 비중이 지난해 42.3%로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증가율과 영업이익률 등 수익성·안정성도 동반 악화된 것은 물론 기업들의 차입금 의존은 더 심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성장세 둔화와 고금리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까지 기업 실적 부진이 이어진 만큼 기업대출 부실이 경제 뇌관이 될 수 있단 지적이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비금융 영리법인 중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은 전체의 42.3%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9년 이후 14년래 최고치다. 2017년 32.3%를 기록했는데 5년 만에 10%p 상승한 것이다.
전체 기업 이자보상비율은 348.57%로 전년(487.90%)대비 100%p 가까이 하락했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수익으로 금융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100% 미만이면 번 돈보다 이자비용이 더 많다는 의미다. 기업 영억이익률이 떨어지는 동시에 금융비용부담률이 올라 이자보상비율이 급락했다.
기업들의 '양극화' 현상도 두드러졌다. 이자비용의 5배 이상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인 기업은 지난해 34.2%로 전년(38.2%) 대비 하락했다. 전체 기업 중 재무안정성이 좋은 기업의 비중이 감소한 것이다.
이성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기업통계팀장은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들과 100% 이상인 기업들 사이에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재무안정성이) 좋은 기업은 더 좋아지고 나쁜 기업은 더 악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재무안정성을 보여주는 다른 지표들도 불안하다. 지난해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122.3%, 차입금의존도는 31.3%로 각각 전년 대비 상승했다. 대규모 영업손실이 났던 한국전력공사와 가스공사를 제외하더라도 차입금의존도는 전년(29.9%)대비 소폭 상승한 30.4%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기업 성장성과 수익성 악화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성장성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인 매출액증가율은 2021년 17.0%에서 2022년 15.1%로 하락했다. 지난해 하반기 반도체 부문 영업손실이 발생한 후 올해 상반기까지 반도체, 정보기술(IT)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수익성을 보여주는 매출액 영업이익률 또한 2021년 5.6%에서 지난해 4.5%로 악화됐다. 부동산 경기 및 자본시장 부진 등의 영향으로 기업 배당·투자수익도 줄어들면서 매출액 세전순이익률도 전년대비 약 2%p 하락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업대출 부실이 금융안정 잠재리스크로 꼽힌다. 고금리에 기업 상환부담은 커지는데 매출증가율과 영업이익률 부진이 이어지면서 상환능력이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중소기업의 이자보상비율은 211.3%로 2012년(181.0%)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았다. 중소기업 차입금 의존도(42.1%)는 2009년 이후 역대 최고, 부채비율(171.3%) 또한 2016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다. 올해 1·4분기 부도위험기업 비중은 17.3%로 전년동기(15.6%)대비 상승했다.
기업대출은 지난 9월에만 11조원 넘게 늘어나는 등 증가세다. 지난달 말 기준 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1238조2000억원으로 이중 중소기업대출은 994조2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기업신용(대출+외상거래)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1.24배 수준으로 외환위기(1.13배)를 넘어섰다.
부실위험기업의 신속한 워크아웃을 유도·지원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도 현재 효력을 잃은 상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5일 기촉법 실효 이후 "채권은행 운영협약을 적극 활용하고 은행권 협약 범위를 전(全)금융권으로 확대하기 위해 10월 중 채권금융기관 구조조정 협약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이 두 달 연속 증가하면서 3년 반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8월말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43%로 전월말(0.39%) 대비 0.04%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기업대출 연체율은 0.47%로 전월말(0.41%) 대비 0.06%포인트 증가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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