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초등학교 운동회서 레깅스 착용 교사 논란
일상생활서 입을 수 있는 '애슬레저룩'
몸매 라인 그대로 드러나 '민망하다' 비난도
각종 갈등에도 '레깅스 패션 시장' 꾸준히 성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뉴스] 최근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교사가 몸에 달라붙는 '레깅스'를 입어 불편하고 민망했다는 한 학부모의 사연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란이다.
'운동(Athletic)'과 '여가(Leisure)'가 합쳐진 의류를 뜻하는 '애슬레저룩'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아무리 패션이라도 때와 장소를 가려 입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단체로 맘충 소리 들었다" 커뮤니에 '레깅스' 비난 글 올라와
최근 자신을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라고 밝힌 A씨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단체로 맘충 소리 들었는데요, 이것까지 맘충이 될 수 있을까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게시글에 따르면 A씨는 자녀 학교 운동회에 남편과 함께 참석했다고 한다. 코로나19 이후 가족이 다 같이 참여하는 첫 운동회라서 그런지, 아빠·엄마는 물론 할아버지·할머니들도 많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변 구경을 하던 A 씨는 몸매 라인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보기 민망한 레깅스를 입고 있는 교사 2명을 목격했다고 한다.
A 씨는 "저 변태 아닌데 (여자인) 저도 모르게 엉덩이에 시선이 가더라"며 "몸매 좋고 레깅스가 편한 건 알겠는데 운동회에서까지 입어야 했을까. 특히 '아빠들이나 어르신들이 이렇게 많이 오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부연했다.
결국 학부모 몇 명이 다른 교사를 통해 불편함을 전달해 레깅스 차림의 교사는 얇은 바람막이 재킷을 허리에 묶어 엉덩이를 어느 정도 가렸다고 한다.
이후 A 씨는 지인들에게 이른바 '레깅스 교사' 일을 알렸지만, '맘충' 취급을 당했다고 한다. 미혼인 친구 한 명이 A씨에게 "(레깅스도) 운동할 때 입는 옷인데 뭐 어때. 너희들 그러면 단체로 맘충 소리 듣는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헬스장, 항공기, 캠퍼스…곳곳서 레깅스 복장 논란
레깅스를 둘러싼 선정성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2년 1월 온라인 상에서는 이른바 '헬스장 레깅스녀'에 대한 글이 커뮤니티에 올라오면서 갑론을박이 일어난 바 있다.
당시 한 누리꾼은 "몸매 좋은 분들이 더 열심히 운동하시는 것 같은데 레깅스 차림의 여성과 가까운 거리에서 운동하면 저는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냥 운동하고 있을 뿐인데 쳐다본다고 생각할까 우려스럽다"면서 "물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 알고 있지만 운동에 방해가 되는데 다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의견을 물었다.
이에 다른 네티즌은 "개인의 자유라고 하겠지만 특히 밝은색 레깅스 입고 케틀벨이나 엉덩이 운동, 스트레칭할 때 뒤에 있는 사람이 많이 민망하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습니다"라는 동조 의견도 나왔다.
반면 또 다른 누리꾼은 "운동하는 공간에 운동복을 입고 가는 게 문제가 될까요? 왜 유독 레깅스에는 편견이 심한 건지 모르겠어요"라는 식의 반응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앞서 2017년 3월에는 10대 소녀가 레깅스를 입었다는 이유로 항공기 탑승을 제재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이를 보도한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국 항공사 유나이티드 항공사는 덴버 국제공항에서 미니애폴리스로 가려던 레깅스 차림의 10대 소녀 3명의 탑승을 제재했다. 1명은 자신의 가방에서 치마를 꺼내 덧입어 탑승할 수 있었지만 나머지 2명은 결국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다고 한다.
승객 샤넌 와츠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에 "직원이 옷을 갈아입으라고 강요하며 그렇지 않으면 비행기에 탑승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언제부터 유나이티드에어라인이 여성의 옷차림을 점검했냐"고 했다. 그러면서 "직원이 '규칙을 만든 게 아니라 그저 따를 뿐'이라고 말한다"며 "항공사측은 여성이 운동복도 못 입게 하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이에 항공사측은 "운송계약에 따라 항공사는 부적절한 옷차림을 한 승객을 제재할 권리가 있다"며 "이는 직원의 재량"이라고 대응했다.
학생들 레깅스 복장 착용 금지 주장도…'레깅스 패션' 시장은 성장 중
여기에 학생들의 레깅스 착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 바 있다.
2019년 3월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네 아들을 키우는 한 어머니 B 씨는 미국 인디애나주의 한 대학신문에 여학생들이 레깅스를 입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기고했다.
B 씨는 "최근 아이들과 함께 대학 캠퍼스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많은 여학생이 레깅스를 입고 있어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다"며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의 레깅스 복장을 무시하기는 정말 힘들다"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이 알려지자 여성들은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나는 레깅스를 입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레깅스는 문제 없고 이를 바라보는 일부 남성들의 시각이 문제라고 반박하는 글들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레깅스 선정성 논란에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레깅스뿐만이 아니라 미니스커트, 청바지 등 과거 패션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히 그것을 입어도 된다, 안된다는 표면적 문제를 넘어 훨씬 복잡하고 표현하기 힘든 현실을 대표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이런 논란에도 애슬레저룩 시장은 지속해서 성장중이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6년 1조5000억원 규모였던 국내 애슬레저 시장은 2020년엔 3조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홈트레이닝 등 열풍으로 국내 애슬레저 시장 규모가 더욱 커졌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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