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미승인 제품 병원 400곳 납품
영업사원이 아킬레스건 다듬는 대리 수술 정황
식약처 승인을 받지 않은 '반쪽 아킬레스건'을 수입·유통해 요양급여 100억여원을 편취한 피의자 85명이 붙잡혔다. 사진은 왼쪽부터 수술에 이용된 미승인 아킬레스건과 의료기기 납품업체 영업직원에게 환자에 맞게 아킬레스건을 대신 다듬어달라고 부탁하는 연락 내용 /사진=서울경찰청 제공
[파이낸셜뉴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승인을 받지 않은 '반쪽 아킬레스건'을 수입·유통해 요양급여 100억여원을 편취한 피의자 85명이 붙잡혔다. 미승인 아킬레스건은 병원 400여곳에 납품돼 6500여명의 환자가 해당 제품으로 수술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경찰청은 인체조직법 위반, 특경법상 사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의료법·의료기기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85명을 검거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인체조직을 수입·납품하는 업체 26곳은 지난 2012년 3월부터 2019년 4월까지 반쪽 아킬레스건 6770개를 수입해 병·의원 400여곳에 납품하고 완전한 아킬레스건을 납품한 것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속여 요양급여 100억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반쪽 아킬레스건은 실제 사망자의 인체조직인 정상 아킬레스건을 세로로 자른 반쪽짜리 제품이다. 이들의 수입처인 미국에서는 주에 따라 반쪽 아킬레스건도 당국에서 안전성을 인정한 곳이 있다. 반면 국내 식약처에서는 완전한 아킬레스건만을 승인하고 있다. 해당 제품으로 수술받은 환자는 6500여명으로 파악된다.
납품업체들은 수입가 52만원 상당의 반쪽 아킬레스건을 수입해 82만원 상당의 정상 아킬레스건인 것처럼 판매하면서 한 제품당 약 30만원의 부당이득을 얻었다.
또 경찰은 일부 의사들이 인체조직 납품업체 영업사원이 수술실에 들어가 환자의 치수에 맞게 아킬레스건을 다듬게 하고 이를 위해 환자의 의료정보 등 개인정보를 영업사원에게 넘기는 등 의료법 위반 및 개인정보유출 혐의를 추가 적발했다.
일부 영업사원은 병원, 의사에게 회식비 명목으로 현금 제공 및 납품업체 선정에 대한 대가로 의자 등 사무집기를 구매해주고 고가의 수술도구를 무상으로 제공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은 지난해 2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수사의뢰를 통해 인체조직 수입업체에서 식약처의 승인을 받지 않는 반쪽 아킬레스건을 들여와 유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수입업체 2곳을 압수수색해 반쪽 아킬레스건이 사용된 조직이식결과기록서를 압수했으며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환자의 의료정보 유출 및 영업사원 등 비의료인이 수술을 보조한 사실도 적발했다.
수입업체는 식약처의 승인을 받은 상품명(완전한 아킬레스건)으로 국내에 수입했으며 내용물을 확인하더라도 돌돌 말려진 상태로 냉동 포장돼 수입되기 때문에 육안으로는 구별이 힘든 점을 이용했다.
경찰에서는 지난달 27일까지 의사 및 간호사 52명, 수입납품업체 대표 26명, 영업사원 6명 등 총 85명을 모두 검찰에 넘겼다.
관계기관에는 반쪽 아킬레스건을 수술받은 환자 명단을 제공했으며 재발 방지를 위해 수입 인체조직 제품 실사를 면밀히 하도록 제도개선을 요청할 예정이다. 관계기관에서는 납품업체들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으며 소송이 마무리되면 환자들에게 보상 방안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반쪽 아킬레스건 수입·납품 업체 및 의사 등을 추가 확인해 지속적인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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