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관 "종료벨 울렸는데도 마킹"
수험생측은 "펜 바로 내려놓았다"
수능 감독관 소속 비공개 원칙인데도
학교 알아내 1인 피켓 시위하는 부모
수험생들이 16일 전북 전주시 한 고사장에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1교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은 기사 본문과 무관함./전북도교육청 제공,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2024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한 수험생이 시험을 치르다 부정행위로 적발되자 학부모가 감독관이 근무하는 학교로 찾아가 항의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1일 서울교사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16일 서울의 한 학교에서 수능 감독관으로 있던 A교사는 한 수험생을 부정행위로 적발했다. 시험 종료 벨이 울렸음에도 마킹을 하려고 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수험생 측은 종이 울리자마자 펜을 놓았음에도 감독관이 자신을 제압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튿날 해당 수험생의 학부모는 감독관이던 A교사가 근무하는 학교로 찾아가 '교직에서 물러나라'는 취지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피켓에는 'A교사 파면', 'A교사의 인권 유린 사례를 제보 바람' 등의 내용이 기재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수능 감독관 소재지와 근무지는 철저히 비밀로 보장하는데 이를 학부모가 알아낸 것이다.
학부모는 학교 보안관실을 통해 A씨에게 "1인 피켓팅을 계속할 것이다. 교직에서 물러나게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측의 요청으로 감독관에 대해 경호 등 신변 보호 조치를 취했으나 학부모의 1인 시위를 막을 방법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정행위의 사실 여부를 떠나 수능 감독관의 소속은 비공개가 원칙이지만 학부모가 이를 알아냈을 경우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조 측은 "교육부에서 만든 수능 감독관 매뉴얼에 감독관이 학부모로부터 공격받았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이 적혀 있지 않다"면서 "경호 서비스는 교권 침해 시 받을 수 있는 것이며, 교육부 차원의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고등학교 교사들은 수능 감독을 맡으면 당일 최대 11시간10분 근무하고 최장 410분 감독하지만,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교사들에게 막중한 노동을 강요하면서도 해당 교사와 같은 사례에 대해서는 보호 대책이 없다"며 "적극적인 보호 조치를 시행하고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질타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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