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고독사 예방 대책 '한계'
취약계층 수시확인 단계서 탈피
전문가 "사회 관계망 강화 필요"
연합뉴스
#1.지난 7일 서울 성북구의 한 빌라에서 70대 독거 노인 A씨가 숨진 지 약 열흘 만에 발견됐다. 기초생활수급자였던 A씨에 대해 주민센터가 1인 가구 모니터링을 실시해왔으며, 요구르트 배달업체와 계약해 매달 A씨에게 요구르트를 배달했다. 이웃 주민이 요구르트가 며칠째 문 앞에 그대로 있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주민센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2.같은 날 서울 마포구에서도 "인기척이 없다"는 이웃 신고로 홀로 살던 60대 남성 B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B씨는 근로 능력이 있는 조건부 기초생활수급자였는데, 최근 지병이 악화돼 지난달부터 일을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한파가 덮치면서 사람이 숨진 지 수일이 지난 후 발견되는 고독사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일선에서는 구청 관리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의 경우는 고독사 하더라도 손쓸 방법이 없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는 근본적으로 사회 관계망을 강화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5년새 약 40% 증가
27일 정부의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7년~2021년 5년간 고독사는 연평균 8.8% 늘었다. 최근 5년 사이 약 40% 증가한 셈이다. 또 서울시가 2021년, 2022년 두 번의 실태조사를 통해 집계한 '고독사 위험군' 1인 가구는 총 5만2718명에 달한다. 지난 3년(2021년~2023년 8월 기준)간 서울시 내 고독사는 총 205건이었다.
특히, 겨울에는 한파로 인해 면역력이 약화될 수 있고, 야외 및 대면 활동이 줄면서 고독사 위험도 높아진다. 최근 한달 사이 서울에서 고독사로 사망한 사건은 4건에 이른다. 일주일 사이에도 2건의 고독사가 이어졌다. 지난 9일 구로구에서 80대 남성 B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관리비가 체납돼 우편함에 수십장의 전기료, 수도료 독촉장이 와 있었지만 주민들이 B씨의 죽음을 알아채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7일 서울 관악구에서는 "악취가 난다"는 주민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해 열흘 전 홀로 사망한 50대 남성 C씨를 발견했다. 국립과학수사대의 1차 부검 결과 C씨는 간경화로 숨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 "주기적 안부 확인에 그쳐"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고독사를 20% 줄이겠다며 고독사 기본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 등 관계자들이 취약계층을 수시 확인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주변인과의 관계를 통한 사회 안전망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단적인 예로 C씨는 LH임대주택에 살고 있었으나 기초수급자도 아니었다. 또한 나이가 많지 않고 중증질환자로 등록되지 않아 구청에서 관리할 수 없었다.
구로구에서 사망한 B씨 또한 80대의 고령이었으나 건설직 근로자로 일하고 있었고 기초수급자가 아니어서 구청 관리 대상에선 제외됐다.
구로구청 관계자는 "모든 1인 가구를 구청에서 다 관리할 수는 없다"라며 "기초생활수급자 등은 구청 복지 시스템에 등록돼 있어 동의를 받아 인적사항 관리를 할 수 있지만 일반인 같은 경우에는 본인이 원치 않는 경우도 있고 관리가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시 고독사 예방 시범사업을 평가하고 있는 전용호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서울시의 대책은 전반적으로 고독사 위험 대상자를 찾은 뒤 주기적으로 안부를 확인하는 정도"라며 "서울시도 노력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고독사 위험군에 든 사람들이 주변인을 자주 만나도록 하는 등 지속 가능한 사회적 관계망을 만들어주는 대책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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