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경 IBS 의생명 수학 그룹장
수학으로 24시간 생체리듬 분석
항암 효과 높은 시간대 예측까지
최적의 수면 계산해주는 앱 개발
IBS 수리 및 계산 과학 연구단 김재경 의생명 수학 그룹장(CI)이 수학과 의생물학이 결합해 수면의 질을 분석한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만기 기자
언제 잠을 자고 얼마나 자야 할까. 하루 중 집중력이 가장 좋은 시간은 언제일까.
기초과학연구원(IBS) 수리 및 계산 과학 연구단 김재경 의생명 수학 그룹장(CI)은 수학을 의학과 생명과학에 적용해 어떻게 하면 잘 자고, 잘 깨어있는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김 그룹장은 29일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수학으로 생체리듬을 분석해 보다 나은 내일을 예측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학은 단순하게 노트에 끄적거리는게 아니라 우리를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기여할 수 있는 학문"이라고 덧붙였다.
■몸은 시간에 맞춰 반응한다
인간이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여러 방법이 있지만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잠이다.
일생에서 약 3분의 1 정도의 시간 동안 잠을 자야 한다. 우리는 잠을 자면서 뇌 속의 노폐물을 제거하는 정화 작용이 일어나고, 신체 활동을 멈춰 피로를 해소한다. 김 그룹장에 따르면, 우리 몸은 24시간을 주기로 생체리듬이 반복되고 있다. 보통의 40대 생체리듬 시간을 살펴보면 밤 9시경이 되면 뇌 속에서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졸리다. 이때 잠을 자야 성장호르몬이 나와 청소년들은 육체적인 성장이 일어나고 성인들은 노화를 늦추게 된다.
김 그룹장은 "얼굴 피부가 탱탱해지게 만드는 것도 성장호르몬"이라며 "이 때문에 피부에 생기를 갖게 돼 '미인은 잠꾸러기'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유행하고 있는 독감을 예방하기 위해 백신 주사를 맞는다. 이 백신주사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우리 몸에서 항체가 만들어지는 반응이 오전에 더 활발해 이때 맞는게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김 그룹장은 "오전과 오후 백신 접종의 효과가 4배 이상 차이가 나며, 나이가 들수록 그 차이는 더 증가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백신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도 코로나 백신을 오전에 맞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발표된 바 있다. 반면, 항암치료는 오전보다 오후에 받는 것이 암으로 인한 사망확률을 최대 12.5배 낮출 수 있다.
■앱이 베스트 컨디션 계산
우리는 24시간을 기준으로 일주기 생체리듬에 따라 '수면 압력'과 '수면 임계점'이 반복되면서 잠을 잔다.
수면압력은 깨어 있는 동안 올라가고 자고 있으면 내려간다. 또 수면 임계점은 낮에는 높지만 밤에는 낮아진다. 김 그룹장은 "수면의 질은 수면 압력과 몸의 일주기 생체리듬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수면 압력이 일주기 리듬보다 높을 때 맞춰 잠자리에 들면 수면의 질이 좋아지고, 반대의 경우 수면의 질이 나빠진다.
김 그룹장은 최근 생체리듬을 통해 몸 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을 수학적으로 분석해 잘 자고, 잘 일어나게 만들 수 있는 '슬립 웨이크'라는 앱을 개발했다.
이 앱은 사용자가 원하는 시간에 최적의 몸과 정신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언제 잠을 자고 얼마만큼 자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내일 오전 10시에 중요한 발표가 있어 이때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려면 앱은 오늘 저녁 11시 이전에 잠이 들어 내일 오전 6시에 일어나야 한다고 알려준다. 김 그룹장은 이 앱에는 미분 방정식이 있다며 앱을 설치하는 순간 스마트폰은 내 생활패턴을 읽어내면서 열심히 수학을 푼다고 설명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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