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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쓰고 극단선택한 자승스님.."이게 소신공양인가" 논란

"불교계가 극단선택 정당화" 지적 잇달아

유서 쓰고 극단선택한 자승스님.."이게 소신공양인가" 논란
11월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 마련된 자승스님 분향소에서 스님들이 헌화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냈던 자승스님은 전날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사에서 화재로 입적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지난달 29일 화재로 입적한 자승스님(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의 거처에서 유서 여러 장이 추가로 발견됐다.

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스님은 1일 서울 종로구 조계종 총본산 조계사 대웅전에 마련된 자승스님 분향소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을 조문객으로 맞이하며 이같이 밝혔다.

조계종, 스님의 극단적 선택에 "깨달음의 성취"

진우스님은 “(자승스님이) 정토 극락 니르바나의 세계, 깨달음의 세계를 항상 추구하셨기 때문에 그런 순간을 스스로 맞이하셨다고 생각한다”고 유서를 통해 짐작되는 내용을 전했다.

그는 “당신(자승스님)께서는 누구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정법 포교에 임하셨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불교의 근본 목적인 해탈, 열반, 성불 깨달음의 세계에 대해서 항상 그 경계선상에서 계셨던 것 같다”며 “지금까지 나온 여러 정황상 제가 볼 때는 상당한 기간 생각을 하셨던 것 같고, 다만 그 시기가 이때였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진우스님은 “일반인은 잘 이해를 잘 못 하시겠지만 수행자 사이에서는 충분히 있는 일”이라며 “상대적인 세계에서 벗어난 절대 피안의 세계로 깨달음의 성취를 하신 것 같다. 그 이상 그 이하, 덧붙이거나 왈가왈부할 문제가 이제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런 발언은 자승스님의 입적 경위와 동기 등에 관해 여러 의구심이 제기되자 종교적인 차원에서 이뤄진 수행자의 선택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에 무게를 싣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자승스님은 지난달 29일 오후 6시 50분쯤 경기 안성시 칠장사 내 요사채(승려들이 거처하는 장소)에서 발생한 화재 진압 과정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조계종은 다음날 자승스님이 ‘스스로의 선택으로 분신했다’는 ‘소신공양(燒身供養)’, ‘자화장(自火葬)’이라는 판단을 내놨다.

‘소신공양’은 불교에서 자기 몸을 태워 부처 앞에 바치는 것을 의미한다. ‘자화장’은 장작 더미에 올라가 자신의 몸을 스스로 불살라 부처에게 공양한다는 뜻이다.

극단선택을 '소신공양'으로 인정해야 하는가는 논란

한편, 추가 유서의 발견으로 ‘타살 의혹’은 다소 가라앉은 상태지만, 자승 스님의 극단 선택을 정당화할 수 있냐는 지적이 나온다.

스님의 극단선택을 소신공양으로 인정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불교는 불살생(생명을 죽여서는 안된다)을 핵심 교리로 하고 있으며, 자신의 생명을 해치는 것 역시 금지된다고 일반적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다만 고차원적인 종교적, 사회적 가치를 이루기 위해 극단선택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용인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가령 정원 스님은 2017년 1월 촛불집회에서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를 규탄하며 소신공양을 한 바 있으며, 문수 수님은 2010년 4대강 사업 중단을 기원하며 소신공양했다. 베트남 전쟁 때 소신공양한 일도 유명하고, 최근 티베트 억압에 저항해 잇따라 소신공양하는 등 해외에도 사례가 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