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최근 자민당 비자금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과거 통일교 유관 단체의 간부와 만났다는 의혹이 제기돼 위기에 놓였다.
지난 4일 아사히신문은 2019년 10월 4일 당시 자민당 정조회장을 맡고 있던 기시다 총리가 일본을 방문한 뉴트 깅리치 전 미국 하원의원과 통일교 유관 단체인 천주평화연합(UPF) 간부 등을 만나 회담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이어 5일 아사히는 회담에 전 미국 통일교 회장이자 현 UPF 인터내셔널 회장인 마이클 젠킨스도 동석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기시다 총리는 최근까지도 통일교와의 관계를 전면 부인하며 이들과 만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매체는 당시 찍힌 사진도 입수해 제시했다. 당일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에는 가지쿠리 마사요시(梶栗正義) 의장, 깅리치 전 의장, 기시다 총리, 젠킨스 회장 등 네 사람이 모두 웃는 표정으로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외에도 면담 중으로 보이는 사진도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면담은 약 30분 이상 진행됐다고 한다. 기시다 총리는 이 자리에서 깅리치 전 하원의장과 미국 대통령 선거 등 정세를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가지쿠리 의장이 기시다 총리에게 명함을 건네고 자기소개를 했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UPF는 통일교 창시자인 고 문선명(1920∼2012) 전 총재와 한학자 현 총재가 창설한 단체다. 이중 UPF 인터내셔널은 전 세계에 약 150개 이상 지부를 보유하고 있다. 젠킨스 회장은 2000~2009년 미국 통일교 회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매체는 젠킨스 회장에 대해 "우호단체(UPF)에 큰 영향력이 있다"라고 밝혔다.
가자구리 의장은 UPF 재팬의 수장이며, 그의 아버지인 가지구리 겐타로(梶栗玄太郞)는 제12대 통일교 일본 회장을 지낸 인물이다.
기시다 총리는 전날 보도된 아사히 측 기사에 대해 "수 년 전 자민당 정조회장 시절 깅리치 전 하원의장과 저 자신이 전(前) 일본 외무상이라는 관계로 만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 많은 동행자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중 누가 있었는지 인지하지 못한다"라며 "명함 교환을 했는지 어떤지, 동행자 분과 무엇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오는 13일 이후 도쿄지검 특수부가 수사에 착수할 자민당 비자금 의혹에 긴장하고 있는 상태다. 자민당 의원 수십 명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라가 있기 때문이다.
해당 의원들은 자민당 내 최대 파벌 아베파(정식명 세이와정책연구회) 인사들로, 도쿄지검 특수부는 2018∼2022년 5년간 아베파의 정치자금 모금행사(파티)에서 소속 의원 10명 이상이 할당량을 넘는 파티권을 판 뒤 할당량 초과분을 넘겨받아 비자금화한 혐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베파는 현 내각에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 ▲미야시타 이치로 농림수산상 ▲스즈키 준지 총무상 등 여러 명이 각료를 맡고 있을 만큼 강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달 2일 기시다 총리는 "상황을 파악하면서 당 차원에서 대응하겠다"라고 밝혔으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자민당 내에서는 해당 문제로 당이 무너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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