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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에 횡재" 곱지 않은 시선에 '억소리' 나는 銀 희망퇴직 옛말 되나?

농협銀 제외 4대 시중銀 희망퇴직 시기·규모 '안갯속'
은행 비판적 여론에 당국 상생금융 압박까지
역대급 이자수익에도 희망퇴직금 높이기 어려운 銀


5대 시중은행 연도별 희망퇴직자 및 퇴직금액
2019 2020 2021 2022 2023.7월 2023년말
KB국민은행 615명 462명 800명 674명 713명 희망퇴직 조건, 시기 및 규모 미정
3198억원 2118억원 3661억원 3089억원 3232억원
신한은행 235명 255명 357명 254명 388명 희망퇴직 조건, 시기 및 규모 미정.
1271억원 1365억원 1778억원 1294억원 2039억원
하나은행 673명 574명 22명 521명 339명 준정년 희망퇴직 1월, 7월 실시. 희망퇴직 조건, 시기 및 규모 미정.
4032억원 3168억원 84억원 3208억원 2132억원
우리은행 409명 326명 487명 415명 349명 희망퇴직 조건, 시기 및 규모 미정.
2286억원 1908억원 2677억원 2365억원 2191억원
NH농협은행 356명 488명 427명 493명 23.12.31일자 시행67년생(56세) : 퇴직당시 월평임금*28개월 68년~83년생 : 퇴직당시 월평임금*20개월
1629억원 2326억원 2140억원 2673억원
(출처: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 각사 취합.)

"고금리에 횡재" 곱지 않은 시선에 '억소리' 나는 銀 희망퇴직 옛말 되나?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금융위·금감원·은행장 간담회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 여섯번째)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 일곱번째), 은행장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매년 '억소리' 나던 은행 희망퇴직금이 올해는 예년 수준을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에 은행이 손쉽게 이자 장사를 했다는 비판적 여론이 높아진 데다 2조 원에 달하는 상생금융 압박 등 은행권을 바라보는 금융당국의 시선도 곱지 않은 만큼 노사 간 협상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4대 시중은행 희망퇴직 규모 눈치 게임
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올 연말 희망퇴직 조건과 시기를 확정한 곳은 농협은행 뿐이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10년 이상 근무한 만 40~56세(83년생~67년생)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 받았다. 56세 직원에게는 월 평균임금 28개월치를 제공하고 40~55세 직원에는 20개월치 임금을 지급키로 했다. 지난해 같은 연령 직원에게 최대 39개월치 임금을 지급한 것과 비교해 퇴직금 규모가 줄어든 것이다.

4대 은행에서는 희망퇴직 시행 여부와 시기, 규모, 조건을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올해 7월까지 713명, 3232억원 규모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국민은행은 현재 세부사항을 검토하고 있다. 신한은행에서는 지난 8월 15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83년생 이전 출생) 직원에게 희망퇴직을 실시한 후 연말 추가로 희망퇴직을 실시할지, 조건은 어떻게 할지 아직 논의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8월 연차와 직급에 따라 9~36개월치 임금을 지급한 바 있다.

'준정년 희망퇴직'을 운영 중인 하나은행도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통상 1, 7월에 실시하는데 연말 추가로 할지 말지 내부 논의 중이다. 우리은행 또한 미정이다. 우리은행은 1년 전 관리자·책임자·행원급에게 희망퇴직을 신청받아 67년생에게는 24개월치, 68년생 이후 출생 직원에게는 36개월치 임금을 지급한 바 있다.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에서는 이달 중 만 56세 이상 정년연장은퇴 프로그램과 임금피크제로 근무 중인 직원에게 신청 받아 소규모로 희망퇴직을 실시할 예정이다. 월 임금 최대 27개월치와 창업지원금 2000만원, 자녀 학자금 등이 포함된다.

당초 은행 희망퇴직금은 '억소리' 난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회 정무위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7월까지 은행권 희망퇴직자의 평균 퇴직금은 5억52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퇴직자의 평균 퇴직금(3억5600만원)보다 2억원 가까이 많은 것이다.

■비판 의식 임금인상률도 낮아져
노사 협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은행권에서는 예년만큼 높은 수준의 퇴직금을 지급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높아진 금리에 앉아서 돈을 벌었다는 곱지 않은 비판적 여론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공개된 '은행 경영현황 보고서'에 18개 은행 임직원 1인당 평균 근로소득이 1억541만원인 것으로 나타나 '은행의 돈 잔치' 비판이 일었다. 급여와 상여금이 각각 8237만원, 2147만원으로 전년대비 각 7.11%, 5.42% 오른 금액이다.

작년 이상의 이자수익에도 오히려 낮아진 임금인상률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지난 10월 금융노조(전국금융산업노조)와 사용자 대표기구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임금 인상률을 총액임금 2%로 하는 데 최종 합의했다. 지난해 합의한 임금 인상률(3%)보다 1%p 낮고, 2020년(1.8%) 이후 3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금융당국이 대내외 관심이 높은 희망퇴직금 공시를 강조한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회의에서 "이자이익, 수수료 이익뿐 아니라 대내외 관심도 높은 임원 및 직원 경영성과급, 희망퇴직금 등의 산정기준과 과거 대비 주요 변동원인을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방은행과 국책은행에서도 "희망퇴직에 대해 아직 논의 중"이라는 입장이다. 기업은행은 "현재 타공공기관과의 형평성 문제 등으로 희망퇴직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보통 이맘때면 희망퇴직 신청 공지가 올라와 신청을 시작하는데 아직 조건 확정도 안 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