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오인사격으로 사망한 인질 3인. 왼쪽부터 알론 샴리즈(26), 사메르 탈랄카(25), 요탐 하임(28).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에 붙잡혀 있던 자국민 인질 3명을 오인 사살한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인질들이 백기를 들고 투항하고 있었음에도 총격을 가한 사실이 알려지며 국내외에서 비판이 커지고 있다.
17일(현지 시각) AP, CNN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지난 15일 가자지구 북부에서 교전을 이어가던 중 자국민 인질 3명을 하마스 대원으로 착각해 사살했다. 이들은 지난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 집단농장(키부츠)을 습격했을 당시 납치됐던 요탐 하임(28), 알론 샴리즈(26), 사메르 알탈랄카(22)로 확인됐다.
이스라엘군은 이들이 “억류됐다가 자력으로 탈출했거나 하마스가 버리고 떠났다고 추정한다”고 했다.
인질들은 폭탄을 소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상의를 탈의했고 막대기에 흰 천을 씌워 만든 ‘백기’를 들고 있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군인들이 총격을 가하면서 두 명은 현장에서 즉사했고, 나머지 한 명은 건물 안으로 도망친 뒤 이스라엘군에 히브리어로 도움을 요청했다. 이 소리를 들은 지휘관이 발사 중지를 명령했으나 병사들이 총격을 가해 결국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군이 17일(현지시간) 공개한 오인 사살 인질들의 구조요청 신호. 히브루어로 "도와주세요, 인질 3명"이라 쓰여있다. 이스라엘군은 인질들이 남은 음식을 짜내 이 메시지를 썼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한편, 이스라엘군은 사건이 벌어진 인근 건물을 수색한 결과 도움을 요청하는 표식이 발견됐다며 이를 공개했다. 흰 천에 히브루어로 ‘SOS’와 ‘도와주세요, 인질 3명’이라 쓰인 메시지는 인질들이 남은 음식을 이용해 쓴 것이라고 이스라엘군은 밝혔다.
이번 사건으로 휴전 협상 재개 요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에선 수천 명이 모인 가운데 이스라엘군을 규탄하고 즉각적인 인질 석방 협상과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스라엘 지도부는 사건 직후 빠르게 군의 책임을 인정했지만 전쟁 중단 가능성은 일축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날 “이스라엘군과 나는 이번 사건에 책임이 있다”면서 “이런 사건이 향후 전투에서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가자지구에서의 전투를 중단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그는 또 “인질에 대한 총격은 교전 규칙에 어긋나지만 해당 총격은 교전 중 (병사들이) 압박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견딜 수 없는 비극”이라면서도 “비통함과 국제사회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끝까지 갈 것이고, 어떤 것도 우리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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