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메인만 바꿔 제2의 누누티비 생성
해외에 기반 둔 탓에 규제 어려워
계속 차단해 도메인 비용 부담 지울밖에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방향 경복궁 서쪽 담벼락에 붉은색과 푸른색 스프레이로 '영화공짜'라고 쓴 낙서가 적혀있다./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영상을 불법으로 공유하는 사이트를 경복궁 담벼락에 적어 광고하는 사례까지 나타나면서 정부가 대책 마련을 고심중이다. 이런 불법 사이트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심의를 거쳐 인터넷프로토콜(IP)을 차단하지만 업자들이 IP만 바꿔 다시 광고하면서 사실상 원천 차단이 불가능한 상태다. 영화 불법 공개 사이트인 '누누'와 '윌럼프티비'는 지난 16일 국립고궁박물관 방향 경복궁 서쪽 담벼락에 붉은색과 푸른색 스프레이로 '영화 공짜 윌럼프티비 feat.누누'라고 광고됐다. 경찰 조사결과 임모군(17)과 김모양(16) 등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10만원을 준다는 제안을 받고 이같이 범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메인 바꾼 유사 사이트 생겨나
26일 경찰에 따르면 경복궁에 적힌 불법 사이트는 지난 18일 한차례 폐쇄됐다가 최근 다시 복구된 것으로 알려졌다. 누누티비는 이미 불법 논란이 벌어져 지난 4월 폐쇄됐으나 유사 사이트가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 2021년 개설된 누누TV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서 이용료를 내야만 볼 수 있는 유료 콘텐츠를 무료로 공유했다. 지난 3월 기준 업계 추산 누누TV 접속자는 1000만 명 이상이었다. 누누TV는 지난 4월 방송통신위원회가 차단 조치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도메인 주소만 조금씩 바꾼 '누누티비 시즌2' 등 대체·모방 사이트가 계속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콘텐츠 불법 공유 사이트는 영상 뿐이 아니다. 국내 최대 불법 웹툰 공유 사이트 '밤토끼'는 지난 2018년에 폐쇄됐지만 현재까지도 '뉴토끼', 밤다람쥐' 등 파생 사이트가 성행하고 있다. 올해 서울 관악구 신림동 등산로에서 30대 여성을 성폭행한 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윤종(30) 또한 범행 전 불법 웹툰 공유 사이트를 수차례 접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불법 사이트는 대부분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대응이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두원 동국대학교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불법 사이트를 만드는 업자들은 대부분 국내 행정력이 닿지 않는 해외에 서버를 둔다"면서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려면 국제 공조를 통해 현지 수사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불법 사이트는 주소를 차단해도 업자들이 대체 사이트를 만들고 트위터 등 해외 기반 SNS에 새 주소를 홍보한다"면서 "국내 수사기관이나 당국이 해외 SNS에 홍보 계정을 차단해달라고 요청해도 해당 업체가 차단 결정을 내리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차단 절차 간소화 해야"
전문가들은 단속 기술을 개발하고 접속 차단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흥열 순천향대학교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다"며 "도메인을 바꾸는 것 자체가 사이트 운영자에게 비용 부담이 생기므로 현재로선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심의프로세스를 빠르게 진행해 불법 사이트 하나하나 빠르게 차단하는 식으로 부담을 지우는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현재 방통위 심의 절차가 빨라졌지만 더 간소화해야 된다"며 "기술적으로는 아예 선제적으로 불법 사이트 서버의 실제 소재지를 찾아내는 기술, 저작권 침해 사이트를 자동 탐지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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