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센터 전경(포스코그룹 제공).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인선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1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29일 언론을 통해 포스코의 회장 선출 절차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게 시발점이다. 포스코의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21일 CEO후보추천위원회를 본격 가동하고 내년 2월 중순 차기 회장 최종후보 1명을 압축한다는 방침이었다. 이 와중에 국민연금이 CEO추천위원회 활동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브레이크를 건 것이다.
국민연금의 의견 개진에 시비를 걸 수는 없다. 지난달 기준 포스코홀딩스 지분 6.71%를 가진 대주주가 바로 국민연금이기 때문이다. 추전과정의 하자를 지목하고 제도적으로 보강할 점을 언급한 것은 일면 타당성이 있다. 최정우 회장이 3연임에 도전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국민연금은 CEO후보추천위를 구성하는 사외이사들이 최 회장 재임 중 선임됐거나 연임됐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회장후보인선 자문단의 구성도 최 회장 체제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문제는 포스코회장 인선에 제동을 건 국민연금의 행보가 기업의 경영자율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인상을 심어준다는 점이다. 연초 KT 사태에서 벌어진 일련의 과정들이 기억의 편린으로 각인돼 있어서다. KT는 지난해 말 국민연금의 반대 속에 CEO 선임을 두 차례나 뒤엎고 오랜 기간 수장 공백 사태를 맞은 바 있다. 당시 구현모 전 대표와 윤경림 전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이 낙마한 이후 외부 공모 절차와 함께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인선 자문단을 통해 사내외 후보를 검증하는 우여곡절 끝에 LG유플러스 출신인 김영섭 사장 체제를 맞았다.
이런 행태가 반복되면 민간기업의 경영자율권이 침해받는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 해외투자자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논란의 근본 원인은 소유분산기업의 딜레마이다. KT와 포스코, KT&G를 비롯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소유분산기업으로 분류된다. 공공기업 및 기관 등의 민영화 과정을 거친 소유분산기업들은 한국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며 수익과 공익을 맡아왔다. 문제는 '주인 없는 회사'라는 오명 속에 이들 기업들의 수장 자리는 늘 경제적 관점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있다.
중요한 건 이번 회장 인선 과정에서 포스코의 미래가치가 한치라도 훼손돼선 안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국민기업인 포스코는 종합철강사에서 글로벌 종합소재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회장의 3연임 여부는 중요한 판단 잣대가 아니다. 회사의 미래와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는 리더를 뽑는 게 글로벌 트렌드다.
분명한 사실은 최고수장의 선임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확보해야 된다는 점이다.
포스코 자체적으로 외풍을 우려해 깐깐한 후보 선임 절차를 마련했다. '글로벌 포스코'라는 회사의 비전에 도움이 될 수만 있다면 대주주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겠다. 그러나 앞선 KT의 사례처럼 '포스코 사태'라는 흉한 얼룩이 남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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