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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에 횡재" 질타에 銀, 희망퇴직금 3~5개월분 줄였다

양호한 영업이익에도 성과급 축소
"타업권 대비 높다" 거듭되는 논란에
銀, 퇴직금·성과급 산정기준 공개

"고금리에 횡재" 질타에 銀, 희망퇴직금 3~5개월분 줄였다
서울시내에 설치되어 있는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2023.6.14 사진=연합뉴스

"고금리에 횡재" 질타에 銀, 희망퇴직금 3~5개월분 줄였다
2023년말~2024년초 각 은행 희망퇴직 신청 대상자 및 특별 퇴직금. 자료=각 사 취합.

[파이낸셜뉴스] '억소리' 나던 은행권 희망퇴직금이 3~5개월치 월급만큼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은행이 고금리 장기화로 "땅 짚고 헤엄쳤다", "높은 이자로 횡재했다"라는 비판이 희망퇴직금 감소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높은 이자이익에 힘입어 양호한 영업이익을 거둔 은행은 직원 성과급도 전년에 비해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은 작년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시행되는 희망퇴직에서 1년 전에 비해 특별퇴직금을 축소해 지급할 예정이다.

'리딩뱅크'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1972년생 이하 직원에게 희망퇴직을 신청 받는다. 특별퇴직금은 월급 18~31개월분을 지급한다. 지난해 23~35개월분을 지급한 것과 비교해 3~4개월 월고정급 만큼 퇴직금이 줄어든 것이다.

연말 5대 은행 중에서 가장 먼저 희망퇴직을 실시한 농협은행도 퇴직금이 줄었다. 1968년생부터 1983년생까지 퇴직당시 월 평균임금 20개월치를 지급했다. 1967년생에는 28개월치 월급을 퇴직금으로 줬다. 지난해 1967~1982년생 퇴직금이 20~39개월치 월급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올해 퇴직금이 줄어든 것이다. 이런 상황에 퇴직자 수도 줄었다. 희망퇴직으로 은행을 나간 행원 수는 2021년 427명, 2022년 493명으로 늘었다가 올해 375명으로 100년 이상 줄었다.

신한·하나·우리은행 희망퇴직금도 전년대비 축소됐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월 근속 1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연차와 직급에 따라 9~36개월치 월급을 지급했다. 하지만 같은해 연말 신청 받은 희망퇴직자들에게는 7~31개월치 월급을 지급한다.

하나은행은 만 15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지난해 기준) 직원을 대상으로 퇴직을 신청 받고 있다. 연령 및 직급에 따라 24~36개월치 월급을 받았던 직전 연도와 달리 이번에는 최대 31개월치 월급을 지급한다.

우리은행 또한 희망퇴직금을 24~36개월치에서 24~31개월치로 줄여서 지급할 예정이다.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은 2023년 정년연장 은퇴 프로그램이나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을 대상으로만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월 고정급 최대 27개월분을 지급한다. 지방은행을 살펴보면 DGB대구은행이 1968년생에 한해 월 임금 24~30개월분을 지급하는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덩달아 성과급도 축소되는 분위기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성과급을 통상임금 200%+300만원으로 결정했다. 1년 전 통상임금 400%+200만원과 비교해 확연히 감소했다. 신한은행은 현금 230%+우리사주 51% 등을 더해 기본금 281%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 기본급 기준 전년(361%) 대비 80%p 감소한 것이다.

퇴직금·성과급은 노사 간 합의 영역이지만 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시민들의 비판적 시각이 금액 축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2년 5대 시중은행의 총 성과급은 1조3823억원으로 전년대비 35.6% 증가했다. 희망퇴직금은 평균 3~4억원 특별퇴직금에 법정퇴직금까지 합하면 6~7억원 수준이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에도 높은 금리로 은행들이 '이자장사'를 하고 '앉아서 돈을 번다'라는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은행 임직원 퇴직금·성과급까지 경영 보고서를 통해 공개하기로 했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올해부터 각 은행 이자와 수수료 수익뿐 아니라 임직원 급여와 성과급 산정기준까지 '은행 경영 현황 공개 보고서'를 통해 공개키로 했다. 이에 올해부터는 직원 희망퇴직금과 성과급 산정기준과 변동요인까지 함께 공개할 예정이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