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 실패, 실력 부족? 의지 박약?②]
7개 종투사서 ‘문책’ 이상 총 412건
KB증권이 선두, 신한·한투 뒤이어
감사 내용 십수가지...임직원 위법매매도
내부통제 시스템 미흡하단 지적
여의도 증권가 인근 모습(기사 내용과는 무관). /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자기자본 3조원이 넘는 국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의 내부통제 체계에 균열이 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3년 간 이 증권사들 소속 인원에게 ‘문책’ 이상 중징계가 내려진 것만 400차례가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문기록 유지 의무 위반, 위법매매, 법인카드 사용 등 행위 유형도 다양했다. 특히 본사와 물리적으로 거리가 먼 지점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8일 파이낸셜뉴스가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의뢰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입수한 ‘종투사별 내부감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국내 7개 종투사(KB·신한·한국·하나·NH·메리츠·삼성증권)에서 2021년부터 2023년 9월말까지 ‘문책’ 이상 중징계가 내려진 조치는 총 412건(‘명’도 ‘건’으로 처리)으로 집계됐다.
증권사별로 보면 KB증권이 110건으로 제일 많았고 신한투자증권(98건), 한국투자증권(97건), 하나증권(65건) 등이 뒤를 이었다. ‘문책’이 아닌 개선, 경영유의사항, 주의, 현지주의, 현지시정, 관련사항통보 등 경징계를 합치고, 내부감사에서 걸리지 않았거나 자체적으로 수위를 낮춘 경우들도 고려하면 그 수치는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키움증권의 경우도 중징계는 없었으나 수많은 경징계를 받았다. 특히 미래에셋은 지난 3년간(2021~2023년9월) 총 1076건의 현장조치 징계를 내렸다. 지적은 151건이다. 같은 기간 키움에선 개선 53건, 현지주의 10건, 현지시정 22건 처분이 떨어졌다.
감사 내용도 여러 가지였다. ‘문책’ 이상만 따져도 법인카드 사용, 윤리강령, 주문기록 유지 의무, 일반투자자 정보파악, 착오매매, 신탁계약운용, 환매중단 사모상품, 임직원 금융투자상품 위법매매, 겸업금지, 직장이탈, 부당 금품 수수 등 수많은 항목에서 문제를 일으켰다. 특정 분야가 취약하다기 보다 내부통제 시스템 전체에 총체적 문제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해당 통계엔 포함되지 않았지만 최근 금융감독원 조사로 드러난 증권사 채권형 랩어카운트·신탁 불법 자전거래에 따른 징계도 조만간 진행될 전망이다. 관련 혐의를 받고 있는 운용역은 총 9개사에 소속된 30명 내외다.
특히 지점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모습이 나타났다. 올해만 봐도 지점 및 영업점 점검에서 ‘문책’ 이상 징계가 나온 사례는 38건이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와 비교했을 때 현재 국내 내부감사 (전문)인력은 부족한 수준”이라며 “인력·예산 등 관련 인프라가 더 확대되고,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가 막대하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월부터 2023년 8월까지 5년 8개월 동안 국내 금융사고 피해액은 1조1067억원이었다. 횡령·유용, 업무상 배임, 사기, 도난·피탈 등이 주요 유형이었다.
금융사 자정이 힘들다보니 외부에서 개혁이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8일 국회 본회의를 넘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 개정 법안은 금융지주회사, 은행, 증권사들이 법 시행 후 6개월 안에 책무구조도를 금융당국에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융사가 임원별 내부통제 책무를 사전에 구분하고, 이들이 주어진 의무를 적극 이행하도록 만듦으로써 자율적인 시스템 구축 및 운영을 유도하는 게 목적이다.
모든 책무는 빠짐없이 특정 임원 담당으로 배정되고, 복수로 존재하지 않는다. 내부통제 책임을 하부로 위임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전종무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리스크자문본부 금융산업컨설팅 그룹장은 “책임단위별 역할과 책임 관련 기준을 구체화하면 내부통제 ‘관리’가 가능하게 돼 사고 동인을 상당 부분 사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때 임직원들이 시스템 도입 취지 및 구조를 명확히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김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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