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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스터즈'의 한 장면. 신시컴퍼니 제공
[파이낸셜뉴스] 우리나라 걸그룹의 역사는 얼마나 될까.
언뜻 20세기 후반 지난 1997년 SES의 데뷔를 시작으로 떠올리는 이들이 꽤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략 25년 남짓이다.
하지만 상상 그 이상이다. 역사를 거슬러 살펴보면 일제강점기였던 1930년대 말부터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1939년 시작된 '저고리 시스터'가 그 주인공이니 대략 우리나라 걸그룹의 역사는 85년 정도로 잡아볼 수 있겠다. 1934년 '목포의 눈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이난영을 주축으로 한 4~5인조 걸그룹 '저고리 시스터'는 한반도와 일본 본토에서 저고리를 입고 공연을 펼쳐 민족의식을 깨웠고 광복을 맞이하면서 해체됐다.
정식 앨범 한 장 없이 역사 속에 잊혀져 있던 이 걸그룹의 존재가 최근 들어 다시 알려지게 된 결정적 계기는 다름아닌 뮤지컬 '시스터즈(SheStars!)'덕분이다.
지난해 9~11월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무대에 오른 이 작품은 우리나라 걸그룹 선조인 '시스터즈'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공연기획자이자 연출가인 박칼린과 전수양 작가는 한국 가요사에 족적을 남긴 수많은 이들 가운데 조선악극단의 여성 단원으로 구성된 '저고리시스터'를 시작으로 1950년대 미국에 진출해 한류의 원조를 이끈 '김시스터즈', 60년대 슈퍼 걸그룹 '이시스터즈', 대중음악의 전설 윤복희의 '코리아키튼즈' 그리고 70년대 한국 대중음악계를 휩쓴 '바니걸스'와 걸출한 예인 인순이를 배출한 '희자매' 등 6대 걸그룹을 찾아냈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 직후 벌어진 한국전쟁, 가난 속에서 대중문화에 대한 억압과 편견이 가득했던 척박한 시대 속에서도 당당하게 무대에 올랐던 그녀들.
라디오가 막 가정에 보급되고 흑백 TV가 전부인 시절에도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유명해지고 실력을 뽐냈던 그녀들의 화려하고 당당한 무대가 오늘날 뮤지컬 무대 위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10인조 밴드와 함께 당대의 분위기를 무대 위에 가득 살려냈다. 화려한 무대 위에 '처녀 합창', '울릉도 트위스트', 'What I'd Say', '커피 한잔' 등 시대의 히트곡들이 울려퍼지며 웰메이드 주크박스 뮤지컬로 호평을 받았다.
뮤지컬 '시스터즈'는 공연장에 중장년 관객들의 발걸음도 끌며 뮤지컬 시장의 저변도 확대했다는 평을 받았다.
블록버스터 대작에 밀려 흥행은 다소 아쉬웠지만 배우들의 무대 위 땀방울은 새해가 되어서 그 가치를 다시금 인정받았다.
지난 15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제8회 한국 뮤지컬어워즈 시상식에서 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해 최고의 창작 뮤지컬로 꼽힌 '시스터즈'는 앞으로 재정비와 보강의 시간을 거쳐 2년 뒤 무대로 돌아올 예정이다. 재연 무대가 더욱 기대되는 작품이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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