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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사기’냐?..31세 최고령으로 기네스 오른 '보비', 알고보니 거짓?


‘개 사기’냐?..31세 최고령으로 기네스 오른 '보비', 알고보니 거짓?
2023년 2월의 보비(오른쪽)와 1999년 보비의 어릴 적 모습이라며 공개된 사진. 사진 속 개의 앞발 왼쪽 다리의 색이 다르다. 출처=기네스세계기록 홈페이지 캡처

[파이낸셜뉴스] ‘31살 세계 최고령견’으로 알려지며 세계를 놀라게 한 ‘보비’의 나이가 조작됐을 수 있다는 의혹이 나왔다.

16일(현지시각)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기네스 세계기록(GWR)은 작년에 세상을 떠난 포르투갈 대형 목축견 ‘보비’에게 부여한 ‘세계 최고령 개’ 타이틀에 대한 공식 검토를 실시하고 있다.

GWR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보비에 대한 생존 최고령 개, 역대 최고령 개 기록 타이틀 적용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라며 “기존 증거를 다시 살펴보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등 새로운 증거를 찾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보비, 죽음 당시 나이 31년165일..인간 기준 '217세'

GWR은 지난해 2월 1일 보비가 1992년 5월11일 태어나 포르투갈 중부의 한 마을에서 30세266일을 보냈다며 살아있는 최고령 개이자, 역대 최고령 개라고 발표했다. 기존 기록은 1939년 29세 5개월의 나이로 죽은 호주의 ‘블루이’에게 있었다.

보비는 8개월 뒤인 지난해 10월 31세165일의 나이로 최고령 개 타이틀을 보유한 채 세상을 떠났다. 인간으로 치면 217세에 해당한다.

보비는 포르투갈의 대형 목축견인 ‘하페이루 두 알렌테주’종으로 해당 품종의 기대 수명은 보통 12∼14세다.

당시 GWR 측은 포르투갈 수의사 연합이 관리하고 포르투갈 정부가 승인한 반려동물 데이터베이스에서 나이를 확인받았다고 설명했다.

수의학계, "객관적 근거 없다"며 의혹 제기

하지만 이후 일부 수의사들이 GWR 측에 공식 서신을 보내 보비의 나이를 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1999년 찍힌 보비의 사진에 나온 발 색깔이 사망 당시와 다르다"라며 "포르투갈 정부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어 있지만 이는 전적으로 소유자의 주장에만 근거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왕립 수의과 대학의 대니 챔버스는 가디언에 “내 수의학 동료 중 보비가 실제로 31살이었을 거라고 믿는 이는 한 명도 없다”라며 “보비는 과체중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장수의 조건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보비의 주인인 레오넬 코스타는 “보비는 GWR이 요구한 모든 요건을 충족했다”라며 “수의학계가 대중에게 ‘보비의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다’라는 인식을 심어주려고 노력한 것 같다”고 분노했다.


이어 “보비는 생전 사료가 아닌 사람이 먹는 음식을 먹었는데, 이게 수의학계에서 권장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부 수의사들이 화가 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GWR은 기존 증거 재조사, 새 증거 수집, 전문가 확인 등을 통해 보비의 실제 나이를 정밀 검증해 보기로 했다. 보비의 ‘최고령 개’ 타이틀이 잠정 보류된 만큼, 기록 유지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은 조사가 끝난 뒤 내려지게 된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