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현학술원 주최
그동안 미지의 영역이었던 '촉각' 인지 규명돼
2021년 줄리어스·파타푸티안 교수 노벨상 수상
수용체 '피에조' 발견, 통증치료제 개발 가능성↑
지난 2021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데이비드 줄리어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 생리학과 교수(왼쪽)와 아르뎀 파타푸티언 미국 캘리포니아 스크립스연구소 신경과학과 교수. 노벨위원회 캡처.
[파이낸셜뉴스] 우리가 눈을 뜨면서부터 느끼는 촉각은 그동안 어떻게 뇌로 전달돼 인지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촉각의 수용과 인지에 대한 비밀은 데이비드 줄리어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 생리학과 교수와 아르뎀 파타푸티언 미국 캘리포니아 스크립스연구소 신경과학과 교수의 연구에 의해 밝혀졌다. 두 교수는 지난 2021년 이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생리의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했다.
인체가 촉각을 인지하는 과정에서 온도와 압력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에 후속 연구가 뒤따른다면 혁신적인 통증 치료제가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파타푸티언 교수가 최종현학술원 특별강연에서 자신의 연구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종현학술원 강연 캡처.
최종현학술원은 26일 오후 3시 유튜브를 통해 '최종현학술원 과학혁신 특별강연'에서 파타푸티언 교수의 발견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파타푸티언 교수는 '피에조'라고 불리는 압력센서, 즉 촉각수용체를 발견해 촉각 인지의 원리를 규명했다. 줄리어스 교수는 연구를 통해 캡사이신 수용체로 불리는 통증·온도 수용체 TRPV1를 발견했다.
특히 피에조는 압력을 뜻하는 그리스어 '피에지'에서 따온 말로, 몸에서 센서 역할을 하는 이온채널 단백질이다. 세포의 바깥 쪽에 위치한 세포막에 존재하는 단백질로 이곳을 통해 이온이 오간다.
인체에는 수많은 이온채널이 있는데, 특정 온도와 압력에 의해 열리는 이온채널이 규명된 것이다. 이온채널이 열리면, 세포 바깥의 이온들이 세포로 들어온다. 이온이 세포로 전해지면 세포 내 전하량이 증가하며 전위차가 발생하고, 이 전위차가 신경세포(뉴런)에 의해 우리 뇌까지 전달, 촉각을 느끼게 된다.
파타푸티언 교수는 "피에조 채널은 인체의 피부 뿐만 아니라 심장과 신장, 대장, 방광 등 다양한 장기의 세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역할을 하는 것이 밝혀졌다"며 "폐에 분포하는 피에조는 호흡의 속도 조절에 관여했고, 실제로 피에조가 결여될 경우 압력수용체가 작동하지 않아 방광의 배뇨 작용에도 문제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그는 "과식을 했을 경우 위가 팽창하면서 포만감을 기계적으로 느끼는데, 여기에도 촉각이 작용한다"며 "다만 위가 얼마나 늘어나는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인지할 수 없지만, 향후 이런 분야에서 피에조가 연구된다면 영양분의 감지, 화학감각 연구 측면에서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타푸티언 교수와 줄리어스 교수가 규명한 촉각 수용의 원리는 인간의 인지에 대한 분석 연구 외에 만성 통증과 관련된 각종 질환 치료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파타푸티언 교수는 "피에조 길항체(Antagonist)는 미래 통증 치료의 핵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통증의 경로에 관여하는 피에조를 원천 차단하는 경구용 약은 촉각과 자기수용감각이 마비되는 부작용이 예상되지만 보다 연구를 통해 국소적인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인류가 사용하는 진통제 중 가장 효과가 큰 것은 아편계 약물인데, 뛰어난 효과만큼이나 높은 중독성이 문제로 지적된다. 파타푸티언 교수의 말처럼 피에조 차단 방식의 통증 치료제를 연구하면 아편계 약물의 부작용이 전혀 없는 훌륭한 대안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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