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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에 멍 자국' 나발니 시신, 유족에 인계 안돼

'온몸에 멍 자국' 나발니 시신, 유족에 인계 안돼
러시아 독립미디어 소타(SOTA)가 공개한 15일 시베리아 야말로네네츠 자치구 제3교도소에서 화상 재판을 받고 있는 나발니의 생전 마지막 모습 / 소타 채널 화면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시신이 유족에 인계되지 않은 채 시베리아 북부 살레하르트 마을 병원에 안치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보자 "온몸에 멍자국.. 심폐소생술 시도한 흔적"

라트비아에서 발행되는 독립매체 노바야 가제타는 18일(현지시간) 이같은 사실을 전하며 구급대원인 익명의 제보자를 인용해 시신에 멍 자국들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제보자는 나발니 몸의 멍 자국들은 경련과 관련 있다면서 "다른 사람들이 경련을 일으킨 사람을 붙잡았을 때 경련이 너무 강하면 멍이 생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나발니의 가슴에 든 멍은 심폐소생술(CPR)을 시도한 흔적이라며 "그들(교도소 직원들)은 그(나발니)를 살리려고 노력했지만 아마도 심장 마비로 사망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제보자는 자신이 직접 나발니의 시신을 보지는 못했으며 동료로부터 이 같은 정보를 받은 것이라고 전했다.

교도소 당국 "사인 조사중".. 부검은 안해

러시아 교도소 당국은 나발니가 지난 16일 산책 후 쓰러졌으며 의료진이 응급조치했지만 살리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당국이 나발니의 사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지만 이 제보자에 따르면 당국은 아직 나발니의 시신을 부검하지는 않았다.

앞서 나발니 측근들에 따르면 나발니 모친 류드밀라 나발나야는 아들의 시신이 살레하르트 마을로 옮겨졌다는 말을 듣고 갔지만 시신이 그곳에 없었으며 부검이 끝나야 아들의 시신을 넘겨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한편 나발니는 러시아 고위 관리들의 부정부패를 폭로하고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혔다. 그는 지난 16일 시베리아 야말로네네츠 자치구 제3교도소에서 돌연 사망했다.

연방 교정청은 그가 산책 후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고만 밝혔을 뿐 며칠째 정확한 사망 이유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나발니의 죽음을 전후해 수상스러운 정황도 속속 제기되고 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러시아 정보기관 연방보안국(FSB) 요원들이 14일 교도소를 방문해 일부 보안 카메라, 도청 장치 연결 등을 끊었다고 보도했다.

사망 시간 조작됐다는 의혹 불거져

사망 시간이 조작됐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당국이 밝힌 그의 공식 사망 시간은 16일 오후 2시17분으로, 교도소는 불과 2분 만에 관련 보도자료를 냈다.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 또한 사망 7분 만에 이를 언급했다.
'사전 계획된 죽음'이라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대표적 반정부 언론 노바야가제타 에브로파는 수감자들을 인용해 "해당 교도소에서는 이미 16일 오전 10시에 나발니 사망 소식이 퍼졌다"라고 전했다.

나발니의 죽음으로 러시아 내 반정부 활동은 사실상 끝났으며 다음 달 15∼17일 치러질 대선 또한 푸틴 대통령의 5선을 위한 요식 행위에 불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