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 아무르주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푸틴 전용차인 '아우루스' 뒷좌석에 함께 승차한 모습. [조선중앙TV 화면]
[파이낸셜뉴스] 한국 정부가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고급 차량을 선물한 것을 두고 대북제재 위반이라며 항의하자 러시아 정부는 불쾌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 21일 주한러시아대사관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20일(현지시간) 텔레그램을 통해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 준수'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면 마이크 앞으로 달려갈 것이 아니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위원회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또 한국이 북한에 대한 선물을 제재 위반이라 비판한다면 미국이 러시아에 수출 규제를 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적반하장의 논리도 이어갔다.
그러면서 "서방의 제재 전쟁으로 전세계 사람이 식량과 의약품, 백신을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불법 제재가 세계인에게 가져오는 피해에 대해 국제법적 순수성을 옹호하는 이들에게 묻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러시아산 승용차를 선물받았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받은 승용차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와 사진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드림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산 최고급 자동차인 '아우루스'를 선물했다고 확인했다.
아우르스는 러시아 최초의 고급 자동차로 설계와 제작에만 124억루블(약 1700억원)이 들어갔다. 주로 외국 정상의 의전용 차량에만 쓰인다. 지난해 9월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북러 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자신의 아우루스 세단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김정은 동지께서 푸틴 대통령 동지에게 보내시는 감사의 인사를 러시아 측에 정중히 전달했다"라고 전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북한은 우리의 이웃이자 가까운 이웃"이라며 "우리는 북한을 포함한 모든 이웃 국가와 관계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사실이 공개되자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결의(2397호)상 고급 승용차를 포함해 모든 운송수단의 직간접적인 대북 공급·판매·이전은 금지돼있다고 지적하며 "모든 유엔 회원국은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철저하게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