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거처였던 승지원
삼성그룹의 영빈관으로 개조해 사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승지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4.2.28/뉴스1
[파이낸셜뉴스] 약 10년 만에 한국을 찾은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승지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찬을 가졌다.
지난 28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승지원에서 저커버그 CEO와 부인 프리실라 챈을 만나 저녁 식사를 대접했다.
이재용 회장, 주요인사 만날때마다 '승지원'
승지원은 삼성그룹의 영빈관이다. 삼성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회장의 거처였던 승지원을 이건희 선대 회장이 물려받아 집무실 겸 영빈관으로 개조했다. 창업 회장의 뜻을 이어받았다는 취지(승지·承志)로 이름 붙였다. 이후 삼성의 핵심 의사 결정이 이곳에서 이뤄졌다.
지금은 이 회장이 국내외 주요 인사와 만날 때 사용하고 있다. 2019년 6월 이 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했을 당시에도 승지원에서 별도 회동을 가졌다. 지난해 10월에는 회장 취임 1주년을 맞아 일본 내 주요 협력사 모임인 '이건희와 일본 친구들(LJF)'을 승지원에 초청했다.
이날 만찬 참석자는 이 회장과 저커버그 CEO 부부까지 3명으로 이들 외에 다른 임원은 배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재용 회장은 오후 5시40분쯤 차량에 탑승한 채 승지원에 먼저 들어가 저커버그 CEO를 기다렸다. 뒤이어 6시17분쯤 저커버그 CEO를 태운 차량 등 2대의 승합차가 안으로 들어가면서 만찬이 시작됐다. 이 회장은 저커버그 CEO 부부에게 한식을 대접했다고 한다.
이날 회동에서 두 사람은 AI 반도체와 XR 사업 관련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점유율 2위인 만큼 메타가 개발 중인 차세대 언어모델(LLM) '라마 3' 구동에 필요한 AI 칩 생산과 관련된 협력 방안도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저커버그 부부와 '2시간 20분 만찬'
만찬은 약 2시간20분 이후 마무리됐다. 오후 8시33분 저커버그 CEO가 탑승한 검은색 승합차가 먼저 나왔고, 1분 뒤 이 회장을 태운 차량이 승지원을 빠져 나갔다.
이 회장과 저커버그 CEO는 미국 하버드대 동문으로, 이건희 선대회장 별세 시 저커버그 CEO가 추모 이메일을 보낼 정도로 개인적인 친분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저커버그 CEO는 2014년 10월 방한 시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찬 회동을 갖고 삼성전자의 수원 본사와 화성 캠퍼스를 잇달아 방문한 바 있다.
2013년 6월 1박 2일간 일정으로 방한했을 때에는 이재용 당시 부회장 등과 7시간에 걸쳐 면담하기도 했다.
이후 양사가 합작해 VR 헤드셋인 '기어 VR'을 출시하기도 했다. 저커버그 CEO는 2016년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열린 갤럭시S7 공개 행사에 직접 참석해 삼성과의 VR 사업 협력을 강조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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