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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수입하는 전자빔 용접기의 '전자총' 국산화했다

전기연구원 한성태 박사팀, 기계연구원·부경대 공동 개발
고성능 전자총으로 두꺼운 금속 소재도 흠결 없이 접합
세계 최고 수준의 출력·가속전압… 우주항공 SMR 등 활용

99% 수입하는 전자빔 용접기의 '전자총' 국산화했다
전기연구원 한성태 박사(가운데)가 전자빔 용접기의 심장인 '전자총'의 국산화 개발에 성공했다. 전기연구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전기연구원(KERI) 전기응용연구본부 한성태 박사팀이 99% 이상 수입하는 전자빔 용접기의 '전자총'을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의 연소기를 만드는데 활용했던 전자빔 용접기는 특수강 소재와 부품을 흠결 없이 붙인다.

4일 전기연구원에 따르면, 연구진은 용접기 전자총 기술을 ㈜한라이비텍, 한국기계연구원 부산기계기술연구센터 레이저실용화연구실, 부경대가 함께 개발, 특허 출원과 해외 논문 게재까지 완료했다. 앞으로 꾸준한 연구를 통해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초대형(176㎸ 이상) 대전류(500㎃ 이상) 전자총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또, 고강도가 요구되는 복잡한 금속 구조물의 3D프린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전자빔 용접 활용을 위해 금속용융, 소재경화, 표면처리, 코팅 등 여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제어기술도 확보한다는 목표다.

전기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성과를 통해 우리나라도 해외 의존 없이 전자빔 용접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설명했다. 미래를 선도할 12대 국가전략기술의 대부분이 전자빔 용접을 필요로 하는 만큼, 관련 산업 발전과 장비 수입대체 효과, 기술유출 방지 등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성태 박사는 "산업이 고부가가치 분야로 옮겨감에 따라 고정밀도와 양질의 용접 수요가 늘어나고, 전자빔 용접이 아니면 제작이 불가능한 제품도 많아질 것"이라며 "고성능 전자빔 용접기만이 가능한 맞춤형 첨단 원천 장비를 국내 기술로 만들 수 있다는 새로운 길도 열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용접은 각종 금속 소재를 서로 녹여 붙이는 작업이다. 기존 용접이 방전때 발생하는 스파크나 레이저에서 나오는 열을 활용했다면, 전자빔 용접기는 전자의 운동에너지로 소재를 서로 붙인다. 즉, 전자빔이 쏘여지면 높은 전압으로 가속된 전자가 용접물에 충돌하면서 운동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변환시키는데, 이때 생긴 고열로 용접물을 서로 접합시키는 원리다.

전자빔 용접의 장점은 기존 용접으로 해결할 수 없었던 두꺼운 소재의 무결함 접합을 가능하게 한다.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다양한 분야에서 첨단기기 제작이 필요해지고, 특히 우주항공이나 방산, 원자력 등 특수 목적으로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전자빔 용접기'가 요구되고 있다.

전자빔 용접은 아주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고 있어 그동안 독일과 일본 등으로부터 관련 장비의 99% 이상을 수입해왔다. 또 수입한 용접기를 유지·보수하는 과정에서 국내 첨단기술이 유출될 위험도 있다.

전자빔 용접기는 전자총의 가속 에너지가 높을수록 소재 내부로 열원을 침투시킬 수 있는 정도가 크다.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은 높은 출력(60㎾)과 가속전압(120㎸)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웬만한 두꺼운 대형 소재·부품 가공에 거의 다 활용될 수 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