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카페에 신상 공개되자 숨진 공무원
"누가 올렸냐" 특정 대상 비난의 글 올라와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항의성 민원에 시달리다 온라인 카페에서 신상까지 공개된 공무원이 숨진 가운데 이번에는 해당 공무원을 괴롭힌 민원인의 신상이 온라인상에 확산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특정 대상을 향한 마녀사냥식 비난을 멈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숨진 경기 김포시 공무원 A씨의 신상이 공개됐던 온라인 카페에는 지난 6일 '여러분 잘 생각해보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돌아가신 분은 안타깝고 진심으로 명복을 빈다"라면서도 "우리는 모두들 작게 크게 잘못을 하면서 살아간다. 때로는 잘못한 지 모르고 넘어가는 일도 많을 거다. 화가 난다고 누군가를 비난할 때는 조심했으면 좋겠다. 그게 특정인일 때는 더욱 그렇다"라고 적었다.
글쓴이가 언급한 '누군가'는 이 카페에 A씨의 신상을 공개하고 주도적으로 민원을 제기했던 민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글쓴이는 또 "제 눈에는 좌표 찍고 공무원 신상 올린 분이나 이런 일이 벌어지니 그분을 비난하시는 분이나 똑같아 보인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이슈가 생겼을 때 대중이라는 가면을 쓰고 남을 비난해도 된다고 착각하지 말고 화나는 마음은 조금 참고 마음으로 명복을 빌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이 같은 글이 올라온 이유는 A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이번엔 그의 신상을 공개한 누리꾼에 관한 정보가 하나 둘 나오면서 '역 마녀사냥'이 시작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블로그에는 "누리꾼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한다" "악성민원을 제기한 누리꾼들 중에는 교육공무원이 포함돼 있다" 등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확산하고 있다.
앞서 지난 5일 오후 3시40분께 인천시 서구 도로에 주차된 차량에서 김포시 9급 공무원인 30대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발견 당시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였으며 차 안에서는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
A씨는 지난달 29일 김포 도로에서 진행된 포트홀(도로 파임) 보수 공사와 관련해 차량 정체가 빚어지자 항의성 민원을 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한 누리꾼이 공사를 승인한 주무관이 A씨라며 그의 실명과 소속 부서, 직통 전화번호를 공개하자 A씨를 비난하는 글이 빗발쳤다.
온라인 카페에서는 '집에서 쉬고 있을 이 사람 멱살 잡고 싶네요', '정신 나갔네요. 2차로를 막다니', '참 정신 나간 공무원이네' 등 A씨를 성토하는 글이 잇따랐다.
김포시 관계자는 "A씨는 최근 보수공사와 관련해 항의성 민원이 들어오고 온라인 카페에서 본인을 향한 직접적인 비난이 이어지자 힘들어했다"라며 "시 차원에서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찰은 유족 조사 과정에서 민원인들의 항의와 A씨 사망 간 인과관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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