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모 가문의 이름이 적힌 초인종/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악명 높은 범죄조직의 두목이 독일 시민이 되고 싶다며 귀화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져 독일이 발칵 뒤집혔다.
2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리너차이퉁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를린을 근거지로 삼는 범죄조직 '레모 클란'의 두목 이사 레모(56)가 최근 독일 당국에 국적 취득을 신청했다.
1980년대 레바논에서 베를린으로 이주해 가문 기반의 범죄 조직을 이끌어온 레모는 베를린에서 차로 2시간가량 떨어진 독일 북부 작은 마을인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의 그라보브회페에 전입신고를 했다.
그는 귀화 절차를 밟기 전 당국과 법적 분쟁 끝에 베를린 노이쾰른의 빌라에서 강제 퇴거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모가 이끄는 레모 클란은 13개 방계 가족으로 구성돼 있으며, 조직원은 1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전입 신고한 마을 주민은 1300명가량으로 레모 클란 조직원 수와 비슷하다.
희대의 범죄로 악명을 떨친 레모 클란은 2017년 베를린 보데박물관 100㎏ 금화 절도와 2019년 드레스덴 '녹색 금고' 박물관 보석 절도 등의 범죄를 저질렀으며, 드레스덴에서 도난당한 보석의 가치는 최대 10억유로(약 1조4600억원)로 알려져 있다.
베를린 법원은 지난 2018년 범죄수익으로 의심되는 가문 소유 부동산 77곳을 압수했으나 두목인 이사 레모는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없고 공식적으로는 직업이 '사업가'여서 귀화에 결격 사유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언론들은 레모가 조직범죄로 인한 추방을 사전에 피하기 위해 무국적자 생활을 청산하고 귀화를 신청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레모의 귀화신청 소식이 알려지자 그가 새 주소지를 신고한 마을은 발칵 뒤집혔다.
이날 저녁 열린 주민회의에는 취재진이 몰리고 경찰관과 구급차까지 배치됐다.
정치권도 그의 귀화를 반대하고 나섰다.
마르틴 후버 기독사회당(CSU) 사무총장은 "범죄조직 두목에게 독일 여권을 주면 안 된다"며 "독일 시민이 되려는 사람은 독일의 법치를 짓밟아선 안 된다"고 질타했다.
낸시 패저 내무장관도 "새 국적법에 이미 범죄자와 반유대주의자, 자유민주 기본 질서에 헌신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독일 여권을 발급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지역 언론 '우리는 뮈리츠 사람이다'는 "우편함에 이름이 적혀 있지만 이사 레모가 실제로 살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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