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정현정 교수팀, 암치료용 유전자가위 개발
암세포와 연관된 효소 유전자를 파괴해 증식 억제
유전자 가위. 게티이미지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정현정 교수팀이 유전자 가위 기술로 암세포만 골라 유전자를 교정해 암세포 증식을 막는 신약을 개발했다. 이 항암치료제는 암세포 분열을 막아 종양이 성장하는 것을 막는다. 실제 난소암에 걸린 쥐에서 암세포 증식 억제율이 80%에 달했다.
8일 KAIST 정현정 교수팀의 논문에 따르면, 유전자 가위 기술로 개발한 항암 치료제는 동물실험에서 암세포 증식과 연관된 인산화효소 '폴로 유사 키나아제 1(plk1)' 유전자를 파괴해 암세포가 죽게 만들었다.
연구진은 '크리스퍼 카스9' 유전자 가위를 암세포에 특화되도록 개량했다. 이 유전자 가위를 난소암에 걸린 쥐에 이틀 간격으로 투여하면서 18일간 그 효과를 관찰했다. 그결과,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쥐보다 종양 성장이 80.3% 억제됐다. 또 다른 유전자 가위 치료제보다 최대 40.4% 성장을 억제시켰다.
종양의 부피를 확인해보면 방치한 쥐의 종양은 600㎣ 이상으로 커졌지만, 연구진이 개발한 유전자 가위는 종양의 크기를 133.2㎣로 만들었다. 또 다른 유전자 가위 치료제를 투여한 쥐의 종양 크기는 434.5㎣까지 자라났다.
유전자 치료에 사용하는 바이러스 기반 전달 방법은 인체 내 면역 부작용, 발암성 등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선호되는 비 바이러스성 전달 방법으로 단백질 기반의 크리스퍼 기술 전달은 본래의 표적과는 다른 분자를 저해 혹은 활성화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오프타깃 효과가 최소화되며 보다 높은 안전성으로 치료제로서 개발이 적합하다. 하지만 크리스퍼 단백질은 분자량이 커서 전달체에 탑재가 어렵고 전달체의 세포 독성 문제 및 낮은 표적 세포로의 전달에 있어 어려움이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크리스퍼 단백질에 특정 아미노산을 변경시켜 다양한 생체분자를 보다 많이 결합시키고 생체 내 본질적인 생화학 과정을 방해하지 않는 단백질을 개발했다. 기존 비 바이러스성 전달체의 문제 해결 및 표적 세포로의 전달을 위해 개량한 크리스퍼 단백질을 난소암을 표적할 수 있는 항체와 결합함으로써 표적 치료제를 위한 항체 결합 크리스퍼 나노복합체를 개발했다.
암세포 표면은 종양 항원으로 알려진 항원이 존재한다. 몇몇 종양 항원은 표적이 돼 진단 및 임상시험에 이용되고 있다. 연구진은 개발한 항체 결합 크리스퍼 나노복합체가 종양 항원을 표적해 난소암세포 및 동물모델에서 암세포 특이적으로 세포 내 전달이 가능하고 세포주기를 관장하는 'PLK1' 유전자 교정을 통해 높은 항암효과가 나타남을 확인했다.
정현정 교수는 "이번 연구는 최초로 크리스퍼 단백질과 항체를 결합해 효과적으로 암세포 특이적 전달 및 항암 효능을 보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향후 생체 내 전신 투여를 통한 유전자 교정 치료 및 다양한 암종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암치료용 유전자 가위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발표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