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여성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게시글을 올려 2022년 11월 체포된 마나헬 알 오타이비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법원에서 징역 11년형을 선고받았다. 출처=국제앰네스티
[파이낸셜뉴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여성 권리를 주장하던 여성이 징역 11년을 선고받았다.
2일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 법원은 마나헬 알 오타이비(29)에게 지난달 30일 ‘테러 범죄’ 혐의로 11년형을 선고했다.
남성 후견인 제도 비판한 20대 여성에 '테러법' 적용
알 오타이비는 온라인에서 뉴스, 진술, 허위 또는 악의적인 소문을 방송하거나 게시하는 것을 범죄로 규정하는 사우디 반테러법과 관련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에서 피트니스 강사이자 예술가로 활동했던 오타이비는 과거 SNS에서 여성 권리 확대 등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2022년 11월 체포됐다. 그는 자신의 SNS에 "남성 후견인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현재 사우디 여성은 남성 후견인(보호자)의 동의가 있어야 결혼과 이혼 등이 가능하다.
그는 또 목부터 발등까지 온몸을 가리는 사우디 전통 의상 '아바야' 대신 여성이 자유로운 의상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를 위해 신체 노출이 있는 옷을 입은 영상 등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오타이비는 체포 직후 감금된 이후 소식이 끊겨 가족들은 5개월가량 그의 생사도 확인하지 못했다. 다른 수감자들로부터 구타를 당하는 등 사우디 리야드의 한 교도소에 구금된 기간 신체적 학대를 당했다고도 한다. 11년 징역형도 선고된 지 4개월이 지난 최근에야 사우디 당국이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에게 해당 사실을 확인해주면서 밝혀졌다.
왕세자의 두 얼굴..앞서 다른 여성 활동가들도 27년∼45년 징역형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는 “개혁과 여성의 권한 부여에 대한 당국의 입장과 직접적으로 모순된다”고 비판했다.
특히 앰네스티는 알 오타이비가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의 주장을 지지해왔다고 지적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 비전 2030'을 주도하며, 여성을 옭아매던 금기를 하나둘 허무는 거처럼 보였다. 남성 동반자 없이 여성이 운전과 해외여행을 할 수 있도록 한 조치가 대표적이다.
그는 2018년 미국 CBS방송 인터뷰에서 “이슬람 율법은 여성이 남성과 마찬가지로 점잖은 옷을 입도록 규정하지만, 이것이 특별히 검은 아바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결정은 전적으로 여성의 몫”이라고 말했다. 아바야는 사우디의 전통 복장으로 목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검은색 통옷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후에도 여성 인권에 대한 변화는 없었다. 가디언에 따르면 2022년 SNS에서 여성 권리를 주장하던 살마 알 셰하브, 파티마 알 샤와르비, 수카이나 알 아이탄, 누라 알 카타니 등 사우디 여성들은 같은 혐의로 당국으로부터 징역 27년∼45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앰네스티 사우디아라비아 활동가인 비산 파키는 “이번 판결로 사우디 당국은 최근 몇 년간 떠들썩했던 여성인권 개혁의 공허함을 드러냈다"라며 "평화적 반대의견을 침묵시키겠다는 소름끼치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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