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 제공
[파이낸셜뉴스] 노사정 대화 재개와 연금개혁 논의 과정에서 60세 이상 고용연장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는 아직 고령인력 고용 토대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기업 54%는 인사적체를 겪는 것으로 나타나 제도 개선 없는 고용 연장은 인사적체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 재계에서는 60세 이상 고용 위해 '임금체계 개선' 등 토대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300인 이상 대기업 255개사 인사대상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대기업의 중고령 인력 운영 실태조사' 결과, 60세 이상 인력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은 29.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9일 밝혔다. 이 중 기업의 10.2%만이 정규직으로 계속 고용되고, 대부분의 기업들은 60세 이상 인력을 고용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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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 등 전문조사업체들이 전국 18세 이상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에서는 '현재 만 60세인 근로자의 법정정년을 단계적으로 만 65세까지 연장'하는 것에 찬성 의견은 84%로 반대(13%)에 비해 크게 높았다.
반면 기업들의 만 55세 이상 중고령 인력을 바라보는 시각은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나 국민들과의 시각차를 드러냈다. 응답기업의 78.4%는 "중고령 인력의 근무의욕과 태도가 기존에 비해 낮아졌다"고 답했다. 기존과 동일(21.2%)하거나 더 나아진 것으로 응답한 기업(0.4%)은 21.6%에 그쳤다.
기업들의 중고령 인력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관리에 대한 애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 37.6%는 '높은 인건비 부담'으로 애로사항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업무성과 및 효율성 저하(23.5%) △신규채용 규모 축소(22.4%) △퇴직지연에 따른 인사적체(16.5%) △건강 및 안전관리 부담(15.3%) 등도 부담 요인으로 꼽혔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연공중심적 인사관리제도와 기업문화가 여전하고 중고령 인력의 근로조건 조정, 전환배치를 위한 노조와의 합의가 필수적으로 작용해 중고령인력 관리체계가 구축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업들의 절반 이상이 겪고 있는 인사적체도 중고령 인력 계속 채용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기업 53.7%는 "현재 승진지연 등 인사적체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인사적체 원인으로 △사업 및 조직 성장 정체(40.1%) △직무가 아닌 연공 중심 인력 관리(30.7%) △정년 60세 의무화로 인한 장기 근속화(27.7%) 등을 꼽았다.
재계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인사적체를 겪는 가운데 제도 개선 없는 계속 고용은 미래 경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아직 대기업 내 고령인력 인사제도나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한 상황에서의 고용연장은 양질의 일자리를 두고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며 "고용연장을 위한 직무성과중심의 임금체계로의 개편과 근로조건의 유연성을 높이는 제도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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