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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 "우리도 로봇청소기 사야겠네"... 아내 마음 훔친 '비스포크 AI 스팀'

[체험기] "우리도 로봇청소기 사야겠네"... 아내 마음 훔친 '비스포크 AI 스팀'
삼성전자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AI 스팀'이 장애물을 피해 청소를 하고 있다. 사진=김동호 기자


"오염도가 높아 물걸레 세척시간을 변경합니다."

[파이낸셜뉴스] 중국 기업들이 장악한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탈환을 위해 삼성전자가 야심 차게 내놓은 '비스포크 AI 스팀'을 집에 들인지 이틀째, 낯선 남자 음성의 인공지능(AI)이 우리 집이 더럽다고 말했다. 분명 설치 첫날 청소를 했을 땐 저런 안내 메시지를 들은 적이 없었는데, 둘째 날이 돼서야 우리 집이 더럽다는 불평을 시작했다. 첫날은 상견례 자리니까 그랬을까, 그렇다면 AI도 눈치라는 게 생긴 건가 생각이 많아졌다. 그래도 물걸레 오염도를 스스로 파악해 더 깨끗하게 세척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전환됐다.

식탁 의자 밑 누비며 청소 열일

삼성전자 '비스포크 AI 스팀'을 사용한 지 3주 차에 들어선 5일, 집 안 살림을 도맡아 하는 아내는 "체험기 끝나고 기기 반납하면, 우리도 로봇청소기 하나 사야겠네"라며 호평을 했다. 무선청소기를 사자고 노래를 불렀을 때도 "집에 있는 유선이면 충분해"라고 불필요한 소비를 자제하던 아내가 변했다. 설치 첫날 가동했을 땐 스팀 청정스테이션을 제대로 찾아가지 못해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며 불안해하던 녀석이었는데, 어느새 집에 없어서는 안 될 가전으로 자리매김했다.

직업 특성상 집에 오래 있지 않았지만, 비스포크 AI 스팀의 성능은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로봇청소기 작동을 시키고 식탁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는데, 거실 청소를 마치고 이내 식탁 밑으로 들어와 내 발을 압박 수비하기 시작했다. 어디까지 압박하는지 지켜봤더니 발가락 1㎝ 이내까지 붙으며 질식 수비를 펼쳤다. 내 발이 더러웠던 걸까. AI가 아직 냄새를 맡을 순 없을 텐데 이상했다. 발을 들어주지 않자 시위하듯 몇 번을 더 서성거린 로봇청소기는 이내 의자 다리로 이뤄진 숲을 누비며 청소를 계속했다.

유치원생 둘째는 로봇청소기를 반려동물처럼 여기며 꽁무니를 쫓아다니는 데 재미를 붙였다. 청소하는 곳을 발로 막기도 하고, 앞뒤를 막고 놀아달라고 떼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비스포크 AI 스팀은 단 한 번도 둘째와 부딪친 적이 없다. 제자리에서 좌우로 방향을 전환하는 모습이 마치 피곤함에 고개를 절레절레하는 것처럼 보였다.

[체험기] "우리도 로봇청소기 사야겠네"... 아내 마음 훔친 '비스포크 AI 스팀'
삼성전자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AI 스팀'이 청소를 한 직후 물걸레 상태(왼쪽)와 청정스테이션에서 자동 세척을 마친 상태(오른쪽). 사진=김동호 기자
실종된 머리카락과 뽀득뽀득한 바닥

집이 크진 않지만, 청소 중간중간 물 보충과 물걸레 세척을 위해 스팀 청정스테이션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바닥에 이동한 물걸레 오염도를 알고 스스로 세척하는 모습에 '일을 잘하는구나' 싶으면서도 기술 발전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특히 앞서 AI 무선청소기 '비스포크 AI 제트' 체험기에서도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은 머리카락 걸림 여부였다. 아내를 포함해 아이들까지 여자 3명과 살다 보니 먼지보다 머리카락 청소가 관건이었다.

일 잘하던 로봇청소리를 쉬라고 잠시 눕혀주고 브러시를 열어보니 긴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다. 진짜다. 나중에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엉킴 방지 그라인더가 장착돼 있어 머리카락을 잘게 잘라 흡입한다고 설명이 나왔다. 삼성전자 청소기 개발팀에 나와 같은 고충을 겪는 분이 있는 게 분명하다.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고 싶다.

2주간 비스포크 AI 스팀을 이용하며 가장 만족한 점은 머리카락과 더불어 뽀득뽀득해진 바닥이다. 청소는 자주 하지만 물걸레질은 주말에만 하다 보니 자주 느끼지 못했는데, 퇴근 후 맨발로 생활해 보면 물걸레 청소가 얼마나 잘돼있는지를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AI 안내 음성은 국내 최초 적용된 물걸레 스팀 살균 기능을 실시간으로 안내해 신뢰를 더한다. 100도 스팀 분사로 물걸레 표면을 99.99% 살균해 주고, 청소가 끝나면 55도 열풍건조해 주니 꿉꿉한 걸레 냄새도 나질 않는다.

겨우내 우리 집 최애 제품이었지만, 치우길 귀찮아 아직 바닥에 깔려있는 전기장판도 훌쩍 올라타 청소를 한다. 더 놀라운 점은 아이 방에 깔려있는 카펫 청소였다. 카펫에 올라타길래 물에 젖을까 걱정돼 살펴보니 물기가 없었다. AI가 바닥을 인식해 카펫 위에서는 물걸레를 들어 올리는 기술이 탑재됐기 때문이다.

그간 로봇청소기를 사지 않았던 건, 아이 2명이 어지러 놓은 바닥을 수시로 치울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시간보다도 매번 멀티탭 전원 선과 장난감 등을 치우기가 번거로웠다. 하지만 2주간 로봇청소기를 사용해 보니, 오히려 청소하는 습관도 들여지고 집이 깨끗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비스포크 AI 스팀과 자주 만나면, 오염도가 심하다는 말은 2번은 듣지 않을 수 있을 듯하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