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연구원 주관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성과 평가 및 시사점 토론회
금융위·금감원, 인뱅 '안전한 영업' 관행에 쓴소리
"자금조달 예수금 의존하는데 이탈 가능성"
"민원처리 어렵고 고객 사기위험 노출"
"금리 낮춰서 다른은행 고객 뺏으면
인뱅 설립 취지와 거리 멀다"
"개인사업자대출 상당히 제한적 취급"
한국금융연구원은 13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성과 평가 및 시사점' 세미나를 개최했다. 2024.6.13.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3사에 대해 금융당국에서는 금융소비자 편의를 높이고, 메기효과를 통해 은행간 경쟁을 촉진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안이한 영업관행'과 '리스크관리'에 대해서 쓴소리를 쏟아냈다. 특히 원스톱 비대면 대환대출 인프라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인뱅에 대해 "금리를 낮춰 다른 은행의 고객을 뺏앗는 것"이라며 지적했다.
"예수금 의존·비대면 영업...유동성 관리+내부통제 보완해야"
한국금융연구원이 1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주관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성과 평가 및 시사점' 토론회에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선해야 할 점들을 언급했다.
정우현 금감원 은행감독국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은 차입금이나 채권 발행 없이 예수금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고, 어떤 은행은 가상자산 실명계좌 서비스 공급자로서 가상자산 부문에 많이 치중하고 있다"라며 "예수금 이탈 가능성을 잘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 사태 당시 대규모 예금인출(뱅크런)이 있었고 우리나라에도 인뱅을 중심으로 뱅크런 조짐이 있었던 것을 고려할 때 '유동성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정 국장은 소비자 보호와 내부통제 부문의 리스크도 있다고 짚었다. 그는 "인뱅은 모든 것을 앱 기반으로 하다보니 소비자들이 민원을 처리할 때 대면 창구가 없다는 불편함도 있지만, 전세사기 및 청소년 도박 피해와 같은 외부 사기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라며 "전산시스템에 대한 내부통제를 강화해서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담대 대환=다른 은행 고객 뺏앗는 것' 영업관행에 쓴소리
금융당국은 인뱅의 '주담대 대환' 위주의 수익성 확보에는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정 국장은 "인뱅이 현재 은행시장에서 가장 손 쉽게 수익을 성장시키는 방법은 명약관화하게 주담대를 대환으로 끌어오는 것"이라며 "신용대출을 취급함으로써 생기는 연체 리스크를 감당하기 위해서 어떤 안전판으로서 안전자산인 주담대를 늘리는 경향도 있지만, 대환이라는 것은 다른 은행에서 심사해서 대출을 받고 있는 고객들을 금리 인하를 통해 빼앗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더 좋은 대출 조건을 제시해서 고객을 빼앗는 것은 저희가 생각했던 인뱅의 핵심과 거리가 멀다"라고 비판했다.
이진수 금융위원회 은행과장은 "주담대라는 영역은 기존의 은행과 차별화되지 않은 영역이다. 여기서 이렇게 수익이 나는 것은 원래 인뱅의 취지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며 "모든 것을 온라인상에 구축하고 신용정보에 대한 접근이 나아져 대환대출 플랫폼이 잘 갖춰진 측면이 있는데, (이러한 영업관행이) 우리가 인뱅에 기대한 역할인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인뱅의 신용평가체계(CSS) 혁신 속도와 내용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진수 과장은 "인뱅 3사는 여러 가지 대안신용평가를 활용해 중저신용자나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씬파일러(thin-filer)에게 대출 접근성을 높이는 걸 스스로 전략으로 내세웠다"라며 "하지만 대안신용평가모델을 구축하고 적용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대안신용평가모델 개발이 쉽지는 않지만 이런 혁신이 잘 일어난다면 당초 기대했던 목표가 잘 달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7년간 축적된 데이터가 있는 만큼 대안신용평가모델을 구축하고 실제로 적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중저신용자 뿐 아니라 소상공인,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이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점도 이 과장은 지적했다. 이 과장은 "기존 인뱅 3사의 경우 개인사업자에 대한 대출은 상당히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정우현 국장은 인뱅의 CSS에 대해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을 못 받던 씬파일러가 인뱅의 대안CSS를 통해 포용되기를 바랐는데 인뱅이 기존 시중은행, 저축은행과 중금리 시장에서 경쟁해서 뺏고 빼앗기는 걸로 흘러갔던 게 아쉽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국장은 "ICT 대주주가 갖고 있는 여러 정보 기법을 가지고 씬파일러를 제도권에 끌어들이길 바랐는데 개인정보 규제 영향 등으로 어려운 측면도 있었다"면서 "현재 가명정보 공유 및 결합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어서 대안신용평가모델 개발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했다.
"인뱅 앱, 모임통장, 비대면 주담대는 '혁신 성과'"
금융위와 금감원에서는 소비자 편의성과 혁신 노력에는 높이 평가했다. 이진수 과장은 "모든 걸 비대면으로 해야 하는 인뱅의 특성상 인뱅들이 많은 노력을 해줬고 앱 편의성이 높아졌다"며 "다른 시중은행에도 많은 자극을 줘서 7년간 은행 앱이 사용하기 편리해졌다"고 평했다.
수수료 인하 등을 통한 소비자 부담 완화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우현 국장은 "3사 모두 흑자체제로 전환했다. 혁신 측면에서 기존 은행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모임통장, 외화통장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 것도 인뱅의 성공"이라며 "주담대를 모바일 앱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실현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든 건 기술 측면에서 상당한 성과"라고 했다. 대출금리 인하,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등을 통한 소비자 가격부담 완화도 인뱅의 성과로 꼽았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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