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살인사건’ 맡은 경찰 막말
“11번 신고했는데 번번이 훈방”
/사진=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캡처
[파이낸셜뉴스] 경남 거제에서 전 여자 친구를 찾아가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20대 남성이 지난달 검찰에 송치된 가운데, 피해자 유족이 사건 당시 경찰이 ‘가해자 인생도 생각해 달라’고 훈계를 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따르면 자신을 “거제 교제폭력 사건 피해자의 엄마”라고 소개한 A씨는 지난 14일 국민동의 청원 사이트에 ‘교제폭력 관련 제도 개선 요청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청원 글을 게재했다.
A씨는 “행복한 일상이 4월1일 오전 9시 스토킹 폭행을 당했다는 딸의 전화 한 통으로 무너졌다”며 운을 뗐다.
그는 “20대의 건장한 가해자는 술을 마시고 딸의 방으로 뛰어와 동의도 없이 문을 열고, 무방비 상태로 자고 있던 딸 위에 올라타 잔혹하게 폭행을 가했다"며 "(딸이) 응급실에 간 사이, 가해자는 딸의 집에서 태평하게 잠을 잤고, 딸 사망 후엔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다니며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 공부해서 더 좋은 대학에 가 더 좋은 여자 친구를 만나겠다’고 말하는 등 전혀 반성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피해자의 장례가 치러지는 동안 가해자는 조문을 하지도 않았고, 용서를 구하는 연락도 없었다.
A씨는 "이제 21살밖에 안 된 앳된 딸이 폭행에 의한 다발성 장기부전 및 패혈증으로 거제 백병원에서 사망선고를 받았다"며 "청천벽력과 같은 현실에 가족들은 극심한 충격에 빠졌다. 사춘기 막내는 누나의 방을 보면 누나 생각이 나서 집에도 잘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다.
또 "가해자가 저희 집 주소도 알고 있고, 가족들의 심신도 피폐해져 결국 이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적었다.
또 청원에서 A씨는 "딸이 11차례나 경찰에 신고했지만 어떤 보호도 받지 못했다"며 수사 매뉴얼을 개선해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경찰은 번번이 쌍방폭행으로 처리해 가해자를 풀어줬고, 이에 가해자는 더 의기양양해져 제 딸에게 ‘이제부턴 주먹으로 맞는다’ ‘너 죽어도 내 잘못 아니래’라고 말했다"며 "경찰이 가해자의 폭력을 방관하고 부추긴 거나 다름없다”고 했다. 심지어 "가해자가 구속될 때 경찰이 ‘가해자 인생도 생각해 달라’고 훈계하는데 억장이 무너졌다"고 했다.
이어 “정작 우리 딸이 살려달라고 11번이나 신고했을 땐 경찰이 가해자에게 ‘(피해자) 인생도 생각해 달라’는 말 한마디, 권고 조치 한 번 해주지 않았다”며 “경찰이 가해자의 범죄를 스토킹 범죄로 처리해 피해자 보호 조치를 취할 수 있었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A씨는 또 “가해자는 형을 살고 나와도 20대”라며 가족·연인 간 폭행 또는 상해치사죄에 대한 양형 가중을 요구했다.
A씨는 마지막으로 “가해자가 합당한 벌을 받아 선례를 남길 수 있도록, 제2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달라”며 청원 글을 마무리했다.
해당 청원은 19일 기준 5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소관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와 관련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에 회부됐다. 국민동의청원은 홈페이지 청원 공개 이후 30일 이내 청원 성립 요건인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국회 소관위원회에 넘겨져 관련 법 개정 논의를 이어가게 된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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