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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장관 "노란봉투법 왜 하려는지 몰라...가사사용인, 최저임금보다 많이 받아"

27일 입법청문회 출석 시사

고용장관 "노란봉투법 왜 하려는지 몰라...가사사용인, 최저임금보다 많이 받아"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 24일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야당이 '노란봉투법' 입법을 재추진 하는 것에 대해 "왜 하려는지 모르겠다"며 "이전에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보다 독소조항이 더 많다"고 날을 세웠다. 오는 27일 예정된 입법청문회에는 출석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장관은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21대 국회에서 최종 부결된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논란의 소지가 큰 새 조항이 추가돼 다시 발의됐다"며 "불법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법안으로 세상에 이런 법은 없다"고 비판했다.

야당은 지난 17일 사용자를 노동조건 등에 대해 사실상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행사하거나 보유한 자로 규정하고, 쟁의행위 등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등 불법행위로 발생한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개정안을 재발의했다.

특히 개정안은 21대 국회 문턱을 넘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입법이 불발된 법안과 비교해 '근로자가 아닌 자가 가입하면 노조로 보지 않는다'는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특수고용노동자(특고)와 플랫폼 종사 노동자 단결권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 장관은 "노사관계가 좋은 곳은 회사도 노조도 합리적인데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악순환이 일어날 것"이라며 "기업이 불안해하면서 청년 일자리가 사라지고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고착하면서 국민경제 어려움이 지속해 결국 국민의 부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7일 예정된 노조법 개정안 입법청문회에 출석하겠느냐는 질문에 "국회법에 따르겠다"고 말해 출석을 시사했다.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지에 대해서는 "(통과를) 예단할 수는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고용장관 "노란봉투법 왜 하려는지 몰라...가사사용인, 최저임금보다 많이 받아"

이날 간담회에서는 정부가 지난주 저출생 추세 반전 대책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1200명을 목표로 고용허가제를 통해 고용허가(E-9) 비자를 가진 외국인 돌봄인력을 도입하고, 5000명 규모 시범사업을 통해 유학생이나 외국인노동자 배우자가 '가사사용인'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내놓은 점도 화두에 올랐다.

애초 정부는 서울시의 100명 규모 '필리핀 가사도우미 시범사업' 결과를 보고 사업을 확대할지 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사업을 시작도 안한 상태에서 확대를 결정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장관은 서울시 시범사업이 늦어진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하면서 "시범사업과 평가를 동시에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외국인 유학생과 외국인 노동자 배우자를 가사사용인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 밖 노동자'를 정부가 나서서 양산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가사사용인은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민생토론회 점검 회의 당시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유학생과 결혼이민자 가족분들이 가사·육아 분야에 취업할 수 있는 것은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그러면 가정 내 고용으로 최저임금 제한도 받지 않고 수요와 공급에 따라 유연한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돌봄인력)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 다양한 방식을 고민하는 것"이라며 "내국인 돌봄인력이 매년 1만2000명씩 줄고 50대 이상이 92%가 넘을 정도로 고령화되는 상황에서 이미 국내에 들어온 인력을 활용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사사용인에 대해서는 "가정에서 1대 1로 이뤄지는 일을 어떻게 감독하겠느냐"며 이들이 근로기준법이나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선 별다른 대책을 밝히지 못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현재) 가사사용인들은 가사관리사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최저임금 이상을 받는다"며 "외국인 유학생이나 외국인노동자 배우자를 가사사용인으로 해도 최저임금보다 적게 받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