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하나은행 천안역지점에서 외국인 손님들이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평일 영업점 방문이 어려운 외국인 손님을 위해 일요일마다 문을 여는 하나은행 외국인 특화점포에는 매주 수십명이 영업시간 전부터 대기 행렬을 이룬다. 사진=김나경 기자
외국인 금융 관련 전문가 제언 |
외국인 금융 서비스 개선 위한 전문가 제언 |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
외국인 금융소비자들에게 ‘최소한의 금융 접근성‘ 보장 필요. 서울시내 은행들의 공동점포 운영 검토해야 |
이정민 금융소비자보호재단연구위원 |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금융교육 외에 금융당국 및 범정부 차원 포용금융 정책 필요 |
신용평가사 고위 관계자 |
유통 및 통신 데이터 등 비금융 데이터 활용해 외국인들 위한 신용점수체계(CSS) 개발 필요. 소액 대출로 시작해 범위 점차 확대 |
이수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자금세탁 방지 등 고려했을 때 당국의 정책보다는 금융사들이 신규 사업 측면에서 접근하는 게 바람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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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국내 거주 260만 외국인에게 최소한의 금융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정부 정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기초적인 금융 서비스는 '생활권 보장' 측면에서 제공하고, 국적이 아니라 경제활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금융 서비스를 공급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정부의 의지와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외국인 금융 인프라 구축에 들어가는 초기 비용은 민간에 투자비용 세액 공제 등 혜택을 주고, 은행권 공동 점포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합리화하는 정책이 대안으로 제기됐다. 금융사들 역시 국내 거주 외국인 금융 서비스를 발판 삼아 해외 진출시 '검증된 서비스'를 갖고 나갈 수 있다.
■외국인도 금융소비자 '접근성' 보장
25일 금융권 전문가들은 △취약계층에 대한 최소한의 금융 접근성 보장 △외국인 금융 활성화를 통한 새 사업모델 개발 및 신용점수체계(CSS) 고도화 △금융사 사회적 책임 및 포용금융 문화 정착 △해외 진출 시 현지 리스크 축소 등을 위해서 정부 차원의 외국인 금융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위원회 '포용금융으로 다가서기' 특별위원회는 오는 7월 3일 성과발표회에서 금융 취약계층에 외국인 근로자를 포함시키고, 최소한의 금융 서비스 접근성을 보장하는 내용의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할 예정이다. 위원회 위원인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외국인·고령층·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위해 은행들이 서울시내 공동점포를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외국인 근로자가 급여를 받거나 송금·환전 등의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있어서 디지털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안정적으로 일하는 데 필요한 금융 접근성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포용금융 차원에서 외국인에게 신용을 공급하는 은행도 있다. JB전북은행은 지난 2016년 12월 외국인 대상 신용대출 서비스를 출시했다. 개인 신용등급에 따라 연 10.3~17.9% 금리로 대출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금융 서비스 접근권을 '국적'이라는 잣대로 차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제조업·건설업·도소매업종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 그리고 지역 경제에서 외국인 노동의 중요성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이미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하나의 큰 구성 요소로 자리 잡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국적을 기반으로 대출이나 신용 활동을 제약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금융사 해외진출 때 '선행 학습' 기대
국내 거주 외국인 수가 증가하면서 금융산업 발전 측면에서도 외국인 금융 확대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신용평가사 고위 관계자는 "외국인들의 송금 및 결제 데이터, 통신과 유통 정보를 활용해서 통계 모형에 적용해보면 대출 연체 확률 등의 리스크를 계량할 수 있다"라며 "이 과정에서 금융사들의 CSS도 고도화될 수 있다"고 짚었다.
동남아시아, 동유럽 등으로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는 금융사들이 외국인 금융 서비스를 일종의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도 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동남아 진출을 할 때 국내 체류 외국인이 어떤 행태를 보이는지 데이터가 있으면 동남아 현지에서 영업을 할 때 도움이 된다"면서 "금융사 입장에서도 해외진출에서의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으로도 고민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부가 외국인 금융도 하나의 정책 과제로 인식하고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정민 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은 "포용금융의 관점에서 외국인 금융소비자 보호는 필요한 정책인데, 포용금융 특별위원회 정책 제안들 중에 아직 외국인 금융 부문은 포함이 안 돼 있다"면서 "정착 초기 외국인을 위한 금융교육 뿐 아니라 외국인 금융소비자들이 현실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듣고 이를 해결해줄 수 있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관점 뿐 아니라 이민정책, 사회복지정책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금융 서비스 개선은 금융위원회와 교육부, 외국인 근로자들의 금융 접근성 보장을 위해서는 금융당국과 고용노동부 및 대사관 등이 협력하는 식의 '범정부부처 대책'도 고려할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의 사례도 참고할만하다.
미국의 지역재투자법(CRA)은 은행이 이민자를 포함해 모든 소득 계층의 신용 요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일본의 한 금융사는 차량(모빌리티)에 데이터 수집 장치를 설치해서 외국인들의 대출 상환능력 및 신용을 측정하는 '신형 마이카 론'을 출시했다. 모빌리티 지급결제 데이터 등을 외국인 대상 여신 심사에 활용해 대출, 차량 리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델이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박소현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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