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속도 50㎞ 도로를 시속 160㎞ 이상으로 질주해 10대 운전자를 숨지게 한 음주운전 충돌사고 현장. 사진=뉴스1, 전북자치도소방본부 제공
[파이낸셜뉴스] 음주·과속 운전으로 사망 사고를 낸 50대 포르쉐 운전자가 음주 사실을 숨기기 위해 사고를 낸 이후 편의점에서 맥주를 구입해 추가로 마신 것으로 드러났다. 이른바 '술타기 수법'이다.
'술타기'는 운전 후에 술을 더 마셔 운전 중에 음주 상태였는지를 알 수 없게 만드는 수법이다. 최근 가수 김호중이 음주사고 이후 술타기 수법을 사용해 음주운전 혐의를 피했다.
이 남성은 경찰의 초동 수사가 미흡했던 점을 악용해 이 같은 '술타기 수법'을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보영)는 지난 15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치상, 도로교통법 위반(음주 운전) 등 혐의로 A씨(50대)를 구속기소 했다.
A씨는 지난달 27일 오전 0시45분께 전주시 덕진구 여의동 호남제일문 광장 사거리에서 술을 마신 상태로 차를 몰다 경차(스파크)를 들이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고로 스파크 운전자 B씨(19·여)가 숨졌고, 동승했던 C씨(19·여)도 크게 다쳐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있다.
A씨는 제한속도 50㎞ 구간에서 159~164㎞로 직진하다가 좌회전 중이던 스파크를 들이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가해자인 포르쉐 운전자가 고통을 호소하자 병원으로 이송했다. 이 과정에서 신분 확인이나 음주 측정을 하지 않았다.
A씨는 "병원에서 채혈하겠다"고 경찰관에 말한 뒤 병원으로 갔다. 하지만 이때 경찰관은 동행하지 않았다. 병원에 도착한 A씨는 경찰관에게 약속했던 채혈을 하지 않고 1시간40여분 뒤인 이날 오전 2시25분께 병원을 빠져나왔다.
병원에 나오자마자 A씨는 편의점으로 들어가 맥주 1캔을 다시 마셨다고 한다. 이후 지인을 불러 집으로 향했다. A씨는 집 앞에 도착하자마자 또다시 맥주 1캔을 사서 마셨다.
병원에 뒤늦게 도착한 경찰관은 A씨가 이미 퇴원한 것을 뒤늦게 알고 음주측정을 하기 위해 그에게 전화를 했다. 결국 경찰은 A씨의 집 앞에서 사고발생 2시간20여분만인 오전 3시3분께서야 음주측정을 했다. 당시 음주측정을 한 수치는 혈중알코올농도 0.084%. 면허취소 수치다. A씨는 측정 후 경찰관에게 "술을 추가로 마셨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 수치가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아닌 점 등을 감안해 혐의 입증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후 A씨의 진술과 편의점에서 구입한 영수증 등 정황 증거를 토대로 역추산 방식을 적용, 0.051%인 '면허 정지' 수치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의 공소장에 적힌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경찰이 제시한 수치보다 더 낮은 0.036%이었다. 검찰은 A씨가 사고 이후 수 시간이 지나서야 음주 측정을 했고, 시간 간격을 두고 여러 차례 술을 마셨기 때문에 경찰의 역추산 방식만으로는 향후 재판 과정에서 증거로 인정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검찰은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를 0.036%로 재조정해 기소했다.
모두 초동수사 부실로 인해 발생한 문제였다. 경찰 매뉴얼 상 교통사고 발생 시 현장에서 운전자들에 대한 음주측정을 곧바로 하게 돼 있다. 또 채혈을 원할 경우 병원으로 경찰관이 동석해 병원에서 채혈을 통한 혈중알코올농도를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A씨에 대한 음주운전 수사과정에서 경찰은 매뉴얼대로 조치하지 않았다.
이 같은 경찰의 초동수사 부실은 A씨가 법망을 회피할 가능성을 열어 둔 셈이다.
전북경찰청은 사고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파출소 직원 등 5명에 대해 성실의무 위반 등으로 감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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