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삼성 깃발과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삼성의 노조 리스크가 심화될 전망이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조직 세 불리기에 나서면서 협상 주도력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전삼노가 최근 보여준 조직적 행동을 보면 향후 노사 갈등의 수위가 더욱 고조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지난 달 8일 총파업에 돌입한 전삼노는 29일부터 사흘간 사측과 임금 인상과 성과급 제도 개선 등을 놓고 협상을 벌였다. 협상 막판에 전삼노가 삼성전자 임직원 자사 제품 구매 사이트인 삼성 패밀리넷 200만 포인트를 추가로 요구하며 교섭이 최종 결렬됐다고 한다. 교섭이 불발되자 전삼노는 지난 1일 이재용 회장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회장이 협상 문제를 직접 풀어야 한다고 압박했다.
문제는 전삼노가 예고한 앞으로 일정들이다. 교섭 결렬 이후 장기 투쟁으로 전환하면서 게릴라 파업과 준법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조직 몸집 불리기도 본격화한다. 당장 제1노조인 사무직노동조합과 통합을 앞두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에는 전삼노(제4노조)를 비롯해 총 5개 노조가 있다.
사무직노동조합과 전삼노가 하나가 되면 전삼노가 사실상 제1노조가 된다. 사측에 대한 교섭 주도권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전삼노의 조합원 수는 최근 3만6000명을 넘어섰다. 이는 삼성전자 전체 직원(약 12만5000명)의 29% 수준에 해당한다. 앞으로 삼성전자의 노사 문제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규모와 파워를 갖게 될 것이다.
국가 기간산업과 같은 반도체 기업내 노사갈등은 기업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지극히 걱정스러운 점은 전삼노가 '정치 노조'로 변질될 가능성이다. 우리 노조들은 상당수가 노사 관계에서 벗어나 대정부 투쟁을 일삼는 정치 세력화 돼 있다. 사측과 조합원의 임금이나 복지, 작업 환경 문제를 놓고 협상하는 노조 본연의 역할을 뛰어넘어 정치 이슈를 내세우며 투쟁하려 든다. 민노총 등 기업과 무관한 외부 노조세력이 개입, 하급 노조를 조종하기도 한다. 한국 노조의 고질병이다.
실제로 전삼노는 협상 결렬 이후 장기 투쟁의 일환으로 새로운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사회적 이슈화와 쟁의기금 마련을 위해 국회, 법조계, 시민단체와 연대하여 쟁의 규모를 더 키우겠다는 것이다. 오는 5일에는 국회에서 기자회견까지 할 예정이다. 어디에서 많이 본 듯한 장면들이다. 사내 노사 문제를 정치와 시민사회의 장으로 끌고 와 정치 쟁점화했던 정치노조들의 방식과 다를 바 없다.
삼성전자 내에 낡은 노조 관행을 깨고 다양한 목소리를 내자는 변화가 주목받은 바 있다. 그런데 다시 조직 규모를 앞세워 정치를 등에 업고 협상력을 높이려 든다면 시대착오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직원들의 업무 환경과 복지 개선에 집중하는 선진 노조 문화를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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