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 해외송금 규모 커지는데
정기 종합검사 주기 따로 없어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카카오페이의 고객 동의 없는 정보 이전에 따른 불안감이 일파만파 커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선제적인 관리·감독이 미흡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022년 보고된 은행권의 이상 외환송금 사태가 카카오페이 사태도 밝혀낸 배경이 됐기 때문이다.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카카오페이 외환 결제 부문 관련 금감원이 종합 검사에 나섰던 배경은 지난 2022년 6월 은행권 이상 외환송금 사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 거액의 이상 외환 거래 의심 사실을 보고 받고 금감원은 즉시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국내 가상화폐 시세가 해외보다 높은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불법 외화송금일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를 시작으로 모든 은행에서 유사 사례에 대한 자체 점검을 실시토록 한 결과 당시 환율 약 16조원(122억6000만 달러)에 달하는 은행권 의심 정황이 발견되면서 금융권 전반의 외환업무 검사 필요성이 대두됐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광주·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이상 외화송금 관련 제재를 받아 과태료 총 11억3714만원을 물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은 종합검사 주기가 있지만 송금업체에 대해서는 없다. 은행권은 비교적 규모가 크고 내부통제를 잘 하고 있으니 다른 부문의 해외 결제에 대해 검사를 하자고 해서 하고 있었다"며 "소액 해외송금업체와 결제대행(PG)사 대형 업체를 중심으로 검사를 하던 중 카카오페이 문제가 적발됐다"고 설명했다.
소액 해외송금업이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이를 본격적으로 들여다 본 것은 지난 5~8월 검사가 처음이었다. 소액 해외송금업은 금융회사가 아닌 핀테크 업체 등 상법상 회사가 인당 일정 금액 이내 해외송금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다.
지난 2017년 7월 소액 해외 송금업 제도 시행 이래 31곳이 소액 해외송금업자로 등록하고 4곳이 업무를 중단해 현재 27곳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특히 2017년 4곳으로 시작했는데 2019년 25곳까지 늘었다. 금융사보다 핀테크사 성장이 두드러졌다.
금감원은 카카오페이를 포함해 3개 업체에 대해 검사를 우선 실시하고 이상 정황이 확인되자 나머지 대형 페이사(네이버페이·토스)에 대해서도 현장검사를 확대하려던 계획이었다. 하지만 티몬·위메프 대금 정산 지연 사태로 PG사에 대한 압력이 가중되자 외환업무 검사 일정 연기를 고려하다가 카카오페이 사태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시기를 다시 당겨 잡을 수 있게 됐다. 금감원은 일단 두 업체에서 관련 서류를 제출받아 서면 점검을 실시 중이며 필요한 경우 현장 점검도 나설 방침이다. 소액 해외송금업체로 등록된 나머지 업체로도 검사 대상이 확대될 수 있다.
한편 불법 여부를 사이에 둔 금감원과 카카오페이 간 이견 대립은 여전히 팽팽하다. 카카오페이는 알리페이에 고객 정보 제공에 앞서 동의가 필요하지 않았으며 암호화를 통해 원본 데이터 유추가 불가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번 건은 고객 동의가 필요 없는 신용정보 처리 위탁에 해당하지 않으며 일반인도 쉽게 복호화할 수 있을 정도로 정보 보안이 허술했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 주장이 사실일 경우 카카오페이에 대한 중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신용 정보 부당 제공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재 수위를 높인다는 뜻은 아니다"며 "고객 동의 없는 정보 제공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깅조했다.
금감원은 통상 검사 이후 피감 기관에 검사 결과를 통보하고 해당 기관이 이에 대해 소명 절차를 진행하고 나서 제재 절차에 착수한다. 금감원은 아직 카카오페이에 검사 의견서를 송부하지 않은 상태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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