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운용사 의결권 행사 미흡하면 실명 공개
야당, 개미투자보호법 입법 추진
[파이낸셜뉴스] 기업 밸류업 컬러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시각이 나왔다. 금융감독원이 자산운용사 의결권 행사를 강화하고, 야당이 '상장회사 지배구조 특례법(개미투자자보호법)' 입법 추진을 하고 있어서다. 어떤 형태로든 2025년 3월 주주총회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일반주주 주주권 보호방향 뚜렷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22일 "최근 정부의 밸류업 지원세제가 야당 반대로 좌초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다. 방법론은 약간 다를지라도 일반주주의 주주권 보호 방향은 더 뚜렷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밸류업 컬러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뚜렷해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밝혔다.
지난 7일 금융감독원은 "펀드 의결권 행사·공시 현황 점검 결과 및 향후 계획" 보도자료를 통해 향후 자산운용사가 의결권 행사와 공시를 충실히 이행해 기업가치 제고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지속 점검하고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는 투자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안건별 행사·불행사 사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점검 대상 중 96.7%가 구체적 판단 근거를 기재하지 않고 ‘주주권 침해 없음’ 등으로 형식적으로만 기재했다.
51개사(18.6%)만이 23.10월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 개정사항을 반영했다고도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금감원은 2023년 말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전면 개정한데 이어 앞으로는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현황을 철저하게 점검하고 미흡 사례가 있다면 실명 공개(Name & Shame)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앞으로 자산운용사는 의결권을 행사할 때에는 구체적인 판단 근거를 제시해야 하며, 이를 연기금 등 아웃소싱 기관과도 적극 공유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야당은 채찍(규제) 중심의 '부스트업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고 언급했다. 상법과 자본시장법에 흩어져 있는 특례조항을 한데 묶어 '상장회사 지배구조 특례법'을 제정할 계획이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까지 확대, 독립이사(사외이사)를 3분의 1로 확대, 분리선출 감사위원 3인으로 확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 집중투표제 의무화, 상장사의 전자 주주총회 의무화 등이 골자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개미투자자보호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개미 투자자는 대기업이 신기술을 개발한다고 할 때마다 많은 투자를 했고, 그런 투자에 힘입어 기업들이 상당한 성공을 이뤄냈는데 결과적으로는 주주에게 환원되지 않는 모습"이라며 "한국에선 개미 투자자들이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인식이 만들어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창민 교수(경제개혁연구소 부소장, 한양대 경영대학)는 "개미투자자가 존중받지 못하는 시장에서 정부가 두 가지 방향에서 규칙을 세워야 한다"며 "개미를 존중하지 않는 지배주주 등에 대한 사전적 견제 장치의 도입, 개미를 존중하지 않는 지배주주 등에 대한 사후적 책임 추궁 장치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축사를 통해 “윤석열 정부 밸류업 프로젝트엔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등 소액주주를 보호하고 기업가치를 제고할 개선책은 찾아볼 수 없고, ‘대주주 특례감세’를 밸류업으로 포장하고 있다”며 “자본시장 활성화의 핵심은 기업 지배구조를 개혁하고, 경영·회계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야당이 추진하는 개미투자보호법은 전부 기업들의 반대가 많은 내용이라 그대로 시행된다고 보긴 어렵겠지만, 국회 정무위원회와 기재위 소속 위원들이 이 이법에 주축인 만큼 추진 동력은 매우 강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국고채 금리가 큰 폭 하락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치주 상대강도가 고공행진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고 봤다. '금리하락=성장주'라는 공식이 이번만큼은 잘 안통하고 있어서다.
박 연구원은 "주체별로 방법론도 다르고 강조하는 방향도 다르지만, 밸류업에 대한 제도적 방향성은 더 강화되고 있으며 시장도 이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동학개미, 금투세로 정면 충돌
하지만 야당과 동학개미가 충돌하는 국면도 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문제를 두고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은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지 않는 더불어민주당과 진성준 의원 등을 대한민국의 공공의 적이자 현대판 을사오적으로 규정한다"고 과격한 언사를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8·18 전국당원대회 후 처음으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새 지도부의 정책을 총괄하게 될 정책위의장에 진성준 정책위의장을 유임하면서 동학개미의 반발이 더 거세졌다.
진 정책위의장은 금투세를 일단 시행한 뒤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펼쳐온 인사다. 금투세는 주식이나 펀드로 5000만원 넘게 벌면 소득의 20%(3억원 이상이면 25%)를 세금으로 물리는 제도다. 정부가 국내 증시 안정을 목적으로 올해 초부터 폐지를 추진해 왔으나 야당 반대로 법안 통과가 무산된 바 있다.
한투연은 "후진적 환경이 상당히 많은 우리 주식시장의 금투세는 완벽한 시기상조다. 우리와 비슷한 수준 국가 중 금투세를 시행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더불어민주당의 금투세 강행은 플라이급 선수를 헤비급 선수와 싸우게 하는 위험천만한 행위이며, 어린아이에게 거인 옷을 입히는 무지성 행위이자 화약을 들고 불 속으로 들어가라고 명령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금투세 시행은 K주식시장의 사망 선고이며, 유예는 인공호흡기 장착에 불과하다"고 지적키도 했다.
이어 "금투세의 예상 세수액은 연간 1조3000억원인데 금투세 납부 대상자가 미국으로 부동산으로 이탈하고 법인 설립으로 빠져나가면 실제 세수는 불과 수천억 원 수준에 불과할 것이다. 내년부터 거래세 0.3%가 인하되면 자동으로 연간 1조원의 거래세가 감소하는데 금투세 포비아로 거래량이 급감해 거래세 추가 감소분이 최소 1조원 이상 발생한다. 추가로 사모펀드 초부자 감세분도 5조원 이상으로 예상된다"며 "금투세는 소수 고액자산가들을 위한 부자감세법이다. 일부 주식 관련 펀드를 제외한 부동산. 채권 등의 사모펀드 및 ELS, CFD 등 파생결합증권 투자자들은 금투세 시행으로 기존 최고 49.5% 세금이 27.5%로 줄어드는 특혜가 발생한다. 이는 금투세로 오히려 엄청난 세수 결손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구도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고소득자들은 금투세를 환영한다고 하는데 민주당은 부자를 위한 정당인가"라고 주장했다.
이에 같은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금투세 도입으로 국내 증시가 폭락할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우려하는 것은 ‘증시폭락’이 아니라, 우리 증시가 ‘매력 없는’ 시장이 되어 성장이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다. 2010년 이후 연평균 수익률은 나스닥 14.4%, 코스피 3.3%다. 나스닥이나 S&P500보다 평균 수익률이 현저히 낮은 한국증시의 돈이 ‘해외 주식시장’으로 빠져 나가면 우리나라 경제는 활력(돈)을 잃게 되고, 그 돈이 ‘국내 부동산시장’으로 빠져 나가면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우리 모두가 불행해진다"고 지적키도 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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