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파이 막아야' 망상에 빠져 범행
"재범 위험성 높아" 전자장치 부착 청구
서울 은평구 소재 아파트 단지에서 같은 아파트 주민에게 일본도를 휘둘러 살해한 30대 남성 백 모씨가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살인 혐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검찰이 '일본도 살인사건' 피의자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피의자가 중국 스파이를 막아야 한다는 망상에 빠져 범행 했지만 심신미약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김은하 부장검사)는 살인죄 및 총포화약법 위반죄로 백모씨(36)를 구속 기소했다.
백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22분께 서울 은평구 소재 아파트에서 피해자 A씨(43)의 얼굴과 어깨 등 부위에 약 102㎝ 길이의 일본도를 10여회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백씨는 아파트 내에서 자주 마주치던 주민 A씨가 자신을 미행하고 감시하는 중국 스파이라는 망상에 빠져 살해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백씨는 장식용으로 소지허가를 받은 일본도를 골프백에 넣어 다니다가 A씨와 아파트단지에서 마주치자 범행을 저질렀다.
백씨는 지난 2021년께 종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퇴직한 이후 약 3년 동안 별다른 사회적·경제적 활동 없이 지내고 있었다. 검찰은 백씨가 대기업 취직을 위해 사업 전망을 분석하겠다는 목적으로 정치·경제 분야 기사를 섭렵하다 지난해 10월께부터 망상에 빠진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에 따르면 백씨는 중국 스파이가 대한민국에 전쟁을 일으키려고 하며 자신이 이를 막아야 한다는 망상을 하게 됐다. 백씨는 지난 1월께 중국 스파이에게 사용하기 위해 일본도를 구입하면서 ‘장식용’으로 구매하는 것처럼 허위로 신청해 소지 허가를 받았다. 검찰은 백씨가 신고한 것과 달리 살상 용도로 계획해 사용한 점을 들어 총포・도검・화약류등의안전관리에관한법률위반으로도 입건해 함께 기소했다.
검찰은 '망상이 범행동기로 작용했을 뿐 피고인은 심신미약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계획 범행 한 점 △범행 전 '일본도, 용무늬검 검도검 장검, 살인사건' 등을 검색한 점 △이번 범행으로 체포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점 △수사 중 드러난 피고인의 진술 능력 및 그 구체성 등을 고려했다.
검찰은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보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도 함께 청구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