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두드러기로 치료받던 30대 남성
임상 참여 두달 만에 급성 백혈병 진단
담당 의사는 "임상 절차 문제 없다"
해당 약품 이미 식약처 허가 받아
유족들 2년째 손해배상 소송 중
/사진=MBC 보도 화면 캡처
[파이낸셜뉴스] 만성 두드러기로 치료를 받던 30대 남성이 담당 의사의 권유로 신약 임상시험에 참여했다가 두 달 만에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2일 MBC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당시 39살이던 A씨는 한 제약회사의 신약 임상시험에 참여했다.
당시 만성 두드러기 증상으로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치료 중이었던 그는 담당 의사의 권유로 임상시험에 참여하게 됐다.
임상시험동의서에는 만성 두드러기 환자에게 한 제약회사가 개발중인 약품을 투여, 증상이 개선되는지 알아보는 시험으로 전 세계 270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적혀 있었다.
신약 투약은 지난 2021년 10월부터 2주 간격으로 진행됐다. 그리고 3차 투약을 진행한지 9일 뒤 병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혈액 검사에서 적혈구가 손상되는 '용혈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
추가 검사를 한 결과 당시 A씨의 백혈구 수치는 4만6천 마이크로리터로 정상 수준의 4배가 넘었다. 이에 급성 백혈병을 진단받았고, 2년 동안 투병하다 지난해 12월 숨졌다.
유가족은 A씨의 급성 백혈병 발병 원인을 임상시험으로 보고 있다. 그도 그럴 게 임상시험 사흘 전에 받은 건강검진에서 백혈구 수치에 전혀 이상이 없었기 때문. 대학병원 내부 보고서에도 "시간적 선후관계에 미루어 보아 관련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다만 담당 의사는 임상시험 절차를 준수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제약회사도 신약과 급성 백혈병과는 관련이 없다고 알려왔다. 오히려 만성 두드러기 환자가 암이 걸릴 위험이 높다는 연구가 있다며 보상은 불가능하다는 것. 해당 약품은 다른 질병 치료용으로 이미 식약처 허가를 받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담당 의사와 제약 회사를 상대로 2년 째 손해배상 소송을 벌이고 있다.
유족 대표인 A씨 조카 B씨는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삼촌은 두드러기가 심하지 않았다. 약만 받으려 병원에 다녔다"며 "생전에 삼촌은 담당 의사가 임상시험을 먼저 권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부작용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없었다며 부작용에 대한 언급만 있었어도 임상시험을 하지 않았을 거라며 억울해 했다"고 전하며 분노했다.
그러면서 그는 "의료분쟁에서 거대 제약사나 병원을 상대로 승소하기 어렵다는 걸 알고 있다. 지하철에서만 봐도 임상시험에 대한 광고가 많은데 저희 같은 피해 사례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버티고 있다"고 덧붙였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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