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귀금속거리 썰렁
금값 랠리에 대중 관심 쏠렸지만
5년 전 대비 2배 이상 오른 탓
투자 목적 대량구매 극히 드물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귀금속거리에 인적이 드문 모습. 사진=김동규 기자
"손님이 없어도 너무 없어요."
서울 종로구 한 금은방 주인 A씨의 말처럼 5일 찾아간 종로귀금속거리는 지나는 행인도 찾기 힘들 정도로 적막했다. 때문에 금은방 주인의 일과는 단순하고 무료해 보였다. 제품 진열 상태를 점검하고 있거나 진열장 위에 쌓인 먼지를 터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다 행인이라도 지나가면 손을 흔들며 들어오라는 신호를 보내거나 직접 가게 밖으로 마중 나가는 등 어떻게든 영업을 하려고 애썼다. 반면 아예 진열대를 붉은색 융으로 덮어둔 채 영업하지 않는 일부 금은방 주인도 있었다.
금값의 연이은 고공행진으로 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뜨거운 반면 종로귀금속거리는 냉랭하기만 했다. "한돈(3.75g)짜리 돌 반지가 50만원 가까이하니 사려는 사람도 없다. 혹시나 금값이 더 오를까 하는 마음에 투자를 생각하는 사람도 가격 부담 때문에 소량 구매에 그친다"고 상인들은 하소연했다.
■한돈 '46만원' 뚝 떨어진 구매 심리
종로구에서 금은방을 20년 넘게 운영하고 있다는 조모씨(60대)는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30만원 후반대에 살 수 있던 한돈짜리 돌 반지가 지금은 46만원 정도에 팔리고 있다 보니 잘 팔리지 않는다"며 "봄에도 사람들이 '돌 반지 비싸다'고 혀를 찼는데 지금은 오죽하겠냐"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금거래소의 금 시세는 조씨의 말과 같다. 금 한돈을 살 때 가격은 이날 기준 45만7000원으로 적시돼 있다. 5년 전인 지난 2019년 9월 5일 금 한돈 가격이 22만3457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2배 이상 오른 셈이다. 한국금거래소는 종로귀금속거리에서 이뤄지는 매매가를 집계하는 민간업체다.
종로 거리에서 만난 40대 직장인 최모씨는 "입사 초기까지만 해도 친구 돌잔치 등에 가게 되면 금 한돈을 사서 선물로 줬다. 가격이 10만원대라 부담도 없었다"며 "최근에는 금값이 급등해서 선물로 금을 주는 문화는 사라졌다. 40만원 넘는 돈을 주고 금 한돈을 사서 선물할 엄두가 안 난다"고 토로했다.
이런 심리는 금은방을 운영하는 상인들에게 고스란히 전이되고 있다.
30년 넘게 장사를 이어왔다는 최모씨(60대)는 지난달 한돈짜리 돌반지 5개 남짓과 금 열쇠 1개를 판 것이 거래의 전부라고 했다. 그는 "올해 들어 금값이 많이 올랐고 경기도 안 좋다고 하는데 사람들이 금으로 시선을 돌리겠냐"며 "늙어서 할 일도 없고 그렇다고 가게를 정리하기도 부담스럽고 하니 그냥 가게 문을 여는 것"이라고 전했다.
■소액 투자 움직임, 상인이 직접 투자
금은방에 들러 금을 구매하는 사람이 있기는 했다. 선물보다는 금값이 더 오른다는 생각에 투자를 해보자는 생각에서다. 다만 투자가 목적이라고 해도 대량 구매를 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한돈짜리 골드바나 단추 모양의 금덩어리 등의 소량구매가 가끔 있다고 상인들은 귀띔했다.
금은방에 앉아있던 또 다른 상인 B씨는 "보통 골드바의 초소 단위가 10돈(37.5g)인데 요즘은 한돈짜리 미니 골드바가 팔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돌 반지를 사려면 2~3만원의 가공비가 들어가고 투자 목적이란 이미지가 안 들기 때문에 소액으로 투자하고 싶은 사람들이 한돈짜리 미니 골드바나 단추 모양의 금덩어리를 찾곤 한다"고 설명했다.
장사가 안되는 상황에 자신들이 금 투자에 나선다는 상인도 있었다. 금은방 주인인 C씨는 가게 앞에 진열된 10돈짜리 골드바들을 가리키며 "파는 것이 아니라 장식용"이라며 "사실 금값이 더 오를 것 같아 혹시 몰라 개인적으로 비축하고 있는 물건"이라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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