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30일 서울 마포구 AK플라자 홍대점에서 젊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사진=이정화 기자
[파이낸셜뉴스] 지난달 30일 팝업스토어가 밀집한 서울 성수동 중심 거리인 연무장길로 진입하는 성수역 3번 출구 앞.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대기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젊은 외국인이었다. 코오롱스포츠 팝업스토어가 열리는 엠프티(EMPTY)성수 앞은 행사 안내 요원과 입장객이 뒤엉켜 교통 지도를 따로 할 정도였다. 성수동은 가방 브랜드 스탠드오일 플래그십 스토어로 시작해 마뗑킴-아더에러 성수-무신사 스탠다드-무신사 엠프티 성수-복합매장인 LCDC 등 필수 코스가 외국인들에게 익히 알려진 '핫플(핫플레이스·명소)'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리적으로 성수동은 강남과 인접해 있어 배후 수요가 크다는 장점이 있다"며 "트렌드에 민감한 2030세대 고객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자리 잡으면서 다양한 마케팅이 집중되고, 외국인 관광객들도 함께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갖춘 곳"이라고 설명했다. 개성 있는 제품과 경험을 선호하는 새로운 관광 트렌드가 만든 K-쇼핑의 최근 풍경이다.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는 매출로 직결된다. 무신사 스탠다드 성수는 전체 매출 가운데 외국인 비중이 3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팝업 명소' 성수, 외국인 쇼핑 1번지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는 국내 쇼핑의 핵심지가 명동 중심에서 성수·한남·홍대·강남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각종 브랜드의 팝업스토어와 플래그십 매장이 줄지어 들어선 서울 성수동은 'K트렌드'를 좇는 2030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쇼핑 1번지로 떠올랐다. 뚜렷한 개성과 취향을 반영하는 상권 홍대는 각종 캐릭터용품과 가챠샵(뽑기형 매장) 등이 즐비한 '오타쿠 성지'로 외국인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한남동은 감각적인 편집숍과 트렌드를 반영하는 다양한 브랜드 매장으로 대표적인 럭셔리 쇼핑지의 입지를 다시 회복하고 있다.
2일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가 발표한 '2024년 1분기 리테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340만명으로 코로나19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4분기 대비 약 89% 회복된 수치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최근 외국인 관광객 여행 방식이 단체 관광에서 개별 관광 중심으로 바뀌는 추세에 따라 한남동과 성수 상권에서 외국인 방문이 급증했다"며 "외국인 관광객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직접 여행 정보를 파악하면서 한국인 MZ세대의 선호도가 높은 상권을 더 많이 찾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타쿠 성지' 홍대·럭셔리 쇼핑 '한남'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지하철 승강장은 캐리어를 끌고 계단을 오르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홍대입구역 4번 출구 바로 앞에 위치해 '연트럴 파크'로 이어지는 AK플라자 홍대점은 월요일 오후인데도 다코야키 매장부터 각종 캐릭터 상품이 진열된 매장, 랜덤 뽑기 기계들이 줄지어 있는 가챠샵까지 곳곳마다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볐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K팝과 캐릭터 굿즈 등으로 새롭게 입점 매장을 갖춘 AK플라자 홍대점은 평일에는 하루 평균 3만~4만명, 주말에는 7만명 이상이 찾는 홍대의 쇼핑 명소가 됐다.
AK플라자 관계자는 "최근 홍대입구역 및 연남동 상권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며 AK플라자 홍대점을 방문하는 외국인이 급증하고 있다"며 "특히 코로나 이전 대비 다양한 국가의 외국인들이 방문하고 있으며, K팝·캐릭터 굿즈·팝업스토어 등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럭셔리 브랜드가 밀집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도 서서히 활기를 되찾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편집숍 브랜드인 '비이커(BEAKER)' 매장에서는 쇼핑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맞은 편 글로벌 캐주얼 브랜드 디젤(DIESEL)에서도 디젤 쇼핑백을 들고 매장을 나서는 관광객들이 눈에 띄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를 전후로 관광, 쇼핑 방식이 완전히 바꾸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명소도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며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한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트렌드를 따라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이런 변화는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clean@fnnews.com 이정화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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