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게루 후지모토씨. 일본 도쿄TV 보도 화면
[파이낸셜뉴스] 일본에서 69년 동안 주식 투자로 20억 엔(약 183억 원)의 자산을 모은 88세의 시게루 후지모토씨가 화제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후지모토씨 인터뷰를 통해 일본의 ‘워런 버핏’으로 알려진 그의 생애와 주식 투자 철학을 조명했다. 은행 예금과 같은 안전 자산 선호도가 높은 일본에서 주식 투자로 성과를 얻은 후지모토씨의 사례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1936년 생인 후지모토씨는 “젊은이들이 주식투자에 나서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열심히 생각하고 공부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고 수익이 나면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투자는 인생을 즐기는 데 도움이 되고, 무엇보다 늙지 않게 해준다”면서 “현재 자산 규모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다”며 “후회도 없지 않다”고 했다.
올해 초 허리를 다쳐 보행기를 사용 중인 그는 버핏과 비교되는 것을 부끄러워하면서 “버핏과의 공통점은 나이와 주식에 대한 사랑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젊은 투자자들에게는 위험한 데이트레이딩을 권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단타 매매’로 알려진 데이트레이딩은 하루 안에 주식을 사고 파는 투자 전략이다. 후지모토씨는 2015년부터 데이트레이딩에 집중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말 투자 철학을 소개하는 책으로 펴낸 ‘87세, 현역 트레이더 시게루 할아버지의 가르침’은 일본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지금도 새벽 2시에 일어나 미 CNBC 방송을 시청하는 등 미국 시장을 확인하면서 주식투자를 준비한다고 한다.
앞서 후지모토씨는 69년 전인 19세 때 자신이 일하던 반려동물 가게에 자주 들르던 증권사 간부와 대화하면서 주식에 관심을 갖게 돼 투자에 나섰다.
그가 처음 산 주식은 전자업체 샤프와 정유회사 에네오스 홀딩스였으나 처음부터 전업투자가로 나선 것은 아니다.
그런가 하면 잉꼬새 애호가였던 후지모토씨는 먼저 자신의 반려동물 가게를 열었고, 이어 일본식 마작 가게를 운영하기도 했으나 1986년 마작 가게를 매각한 자금 6500만 원으로 본격적인 주식 투자에 나섰다.
블룸버그는 후지모토씨가 유명해진 계기에 대해 “1990년대 일본의 자산 거품이 꺼진 후 고령층을 중심으로 일본인들이 주식투자를 꺼리면서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노년층이 공적연금으로만 생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자신의 노후를 위해 리스크를 감수하고 적극적인 투자로 자산을 모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시게루 후지모토 씨의 투자서. SNS 캡처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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