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혼자 살다가, 삶을 끊는 중년들...고독보다 가난이 더 무서웠다 [혼자인家]

복지사각지대 중장년층 자살률 높아져
1인 가구, 다인 가구 대비 열악한 환경
전문가 "근본적 사회보장제도 개선 시급"

우리나라 1인 가구는 전체 가구 중 34.5%입니다. 1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는 1인 시대의 도래를 예고하는데요. [혼자인家]는 새로운 유형의 소비부터, 라이프스타일, 맞춤형 정책, 청년 주거, 고독사 등 1인 가구에 대해 다룹니다. <편집자주>
혼자 살다가, 삶을 끊는 중년들...고독보다 가난이 더 무서웠다 [혼자인家]
마포대교 난간에 붙어 있는 '응원의 글' /fnDB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하루 평균 38.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률 증가 요인으로 꼽히고 있는 중장년층 1인가구의 경우, 경제적 어려움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인 것으로 드러났다.

자살률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예방 정책은 개인심리적 차원에서 바라보는 ‘자살의 개인화’에 머물러 있다. 특히 정부가 청년과 노인에 집중하는 사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중장년층의 자살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살률 9년 만에 최고치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전체 자살자 수는 1만3978명으로 전년보다 1072명(8.3%) 증가했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를 의미하는 자살률은 27.3명으로 2.2명(8.5%) 늘었다. 이는 2014년과 같은 수준으로, 9년 만에 최고치다.

그 중에서도 중장년층의 자살률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60대 3.7명(13.6%), 50대 3.5명(12.1%), 10대 7.9명(10.4%) 순으로 증가했다. 성별로 따지면 남자는 60대가 5.2명(12.6%), 50대 4.9명(11.6%), 40대 3.5.명(8.9%)순으로 많았다.

여자의 경우 30~60대 자살률이 모두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30대는 18.6명으로 1.9명(11.7%), 40대는 19.8명으로 1.8명(10.3%), 50대는 17.3명으로 2.1명(13.8%), 60대는 15.3명으로 2.1명(16.1%) 각각 늘어났다.

1인 가구 사회적 고립, 경제적 어려움 등 취약

이 같은 자살률 증가 원인 중 하나로 ‘1인 가구’가 꼽히고 있다. 1인 가구의 경우 사회적 고립에 따른 외로움, 우울 등 정신건강의 위험도가 높은 것은 물론 경제적 부분에서도 다인 가구보다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

2022년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을 받은 1인 가구 수는 123만5000가구로 수급 대상가구 10가구 중 7가구(72.6%)에 달한다. 이들의 경제적 지출 대부분이 기본 생활비로 소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의 2023 자살실태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는 자살 생각 비율이 18.7%로 2인 이상 가구(13.7%) 대비 약 1.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가 생각하는 자살의 주요 요인은 ▲경제적 어려움(44.8%) ▲가정생활의 어려움(42.2%) ▲외로움, 고독 등 정서적 어려움(19.2%) 순으로 나타났다.

정신건강 문제도 심각하다. 중장년층의 경우 퇴직, 이혼, 실직, 노후 준비 등 사회적 지지 기반 약화로 인해 위기 상황에 직면, 정신건강 악화의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악조건에 취약한 만큼 전문가의 조기 개입과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실업률 높으면 자살률 상승.. 경제적 보호망 촘촘해야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빈곤, 주거, 정신적 문제에 대한 범위도 폭넓어지고 있지만, 그에 따른 정책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취약 계층이 바라는 욕구를 정부가 충분히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복지 사각지대 위기정보 체계를 고도화하겠다고 했으나 발굴에만 치중한 나머지 복지 사각지대 대상자를 찾아내도 실효성 있는 충분한 복지서비스를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발굴 대상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지만, 공적 서비스 지원 대상은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 제도 기준 완화 등 공적 지원의 문턱을 낮추는 근본적인 사회보장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황태연 한국생명희망존중재단 이사장은 “사회경제적 어려움은 모든 연령층의 자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중년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국내 연구에서도 소득 수준이 남성의 자살 생각과 유의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역 사회 실업률이 1% 증가할 때, 자살률은 1.2% 증가하고 반대로 지역 인구의 평균 소득이 1% 증가할 시 자살률은 0.3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자살예방에 있어 사회경제적 보호망을 촘촘히 하는 것이 필수로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